트럼프 "몇주전 행방 확인"…에스퍼 "알바그다디, 항복 거부하고 자폭"
쿠르드족 "5개월간 미군과 협력"…이라크 "미군에 은신처 위치 제공"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은신처가 미군 공습을 받은 이후 미 특수부대에 쫓기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폭탄이 장착된 자살조끼를 터뜨려 생을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알바그다디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미군의 작전 경과에 관해 이같이 설명했다.
로이터와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아래 전날 알바그다디가 은신해 있던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에 대한 공습에 나섰다.
공습 작전에는 헬기 8대를 비롯한 미군 특수부대 인력이 투입됐다. 은신처 입구에는 외부인의 접근에 대비, 위장 폭탄 등이 달린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다. 미군은 해당 지역에 약 2시간 머물며 작전을 진행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군의 작전은 수개월 전부터 은밀히 진행됐으며 이라크, 터키, 시리아, 쿠르드족, 러시아 등 다양한 진영이 정보 제공과 지원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에 도움을 준 러시아, 시리아, 터키와 이라크의 지원에 감사하다면서 러시아는 영공을 열어줬으며 쿠르드족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몇 주 전에 알바그다디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 달 전부터 알바그다디의 위치에 관해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주축으로 꾸려진 시리아민주군(SDF)은 5개월간 미군과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SDF는 미군과 함께 IS 격퇴전을 수행해왔다.
SDF의 마즐룸 아브디 총사령관은 트위터를 통해 "알바그다디를 제거하기 위한 합동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5개월 동안 정보 협력과 정확한 감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라크 국가정보국도 성명을 내고 자신들이 정확한 정보에 따라 알바그다디의 은신처 위치를 확인해 이를 미국에 제공했으며 미군은 이를 토대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 작전은 미 행정부 내에서도 극소수의 제한된 인원만 정보를 공유한 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해당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바그다디 사망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가 미 특수부대에 쫓겨 도망치다 은신처 내부의 막다른 터널에 이르자 자살조끼를 폭파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자녀 3명도 함께 숨졌다.
CNN에 따르면 에스퍼 국방장관은 미 특수부대가 알바그다디를 불러내 항복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알바그다디는 이를 거부하고 은신처 지하로 내려가 결국 터널에 이르러 자폭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당초 미군 특수 작전은 알바그다디를 생포하려던 것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지난주 초에 승인했으며 "우리는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옵션을 선택했다"고 에스퍼 장관은 말했다.
한편 이번 사례는 미국이 2001년 9·11 테러를 주도했던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의 행적을 오랜 기간 추적한 끝에 사살한 사례와 비교된다.
빈 라덴은 2011년 5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미국 해군특전단(네이비실)의 작전으로 사살됐다.
미 정보 당국은 빈 라덴의 심복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인이 옛 친구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은 것을 추적, 여러 정보원을 활용해 아보타바드에 있는 은신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2010년 8월 아보타바드에서 빈 라덴의 소재 정보를 파악한 이래 인근에 안전가옥(안가)를 마련, 주도면밀한 감시를 계속해오다 작전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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