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워싱턴 인근 '평화의 소녀상' 건립…3년만에 보금자리(종합)

입력 2019-10-28 06:45   수정 2019-10-28 10:17

美워싱턴 인근 '평화의 소녀상' 건립…3년만에 보금자리(종합)
미국내 5번째 소녀상 제막식…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한국서 참석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보존…워싱턴DC 건립도 계속 추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우리가 해냈습니다. 우리 더 이상 잊지 맙시다."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지만,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창고에 보관돼왔던 '평화의 소녀상'이 3년 만에 워싱턴 인근 지역에 안식처를 마련했다.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공동대표 이정실·조현숙)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애넌데일의 한 건물 앞뜰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버지니아주 정부 관계자와 주의원, 교민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해 열린 제막식에는 한국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3)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길원옥 할머니는 제막식에 앞서 만세를 부르며 기쁨을 표현했으며 소녀상이 공개되자 꽃목걸이를 직접 걸어주기도 했다.
이어 길 할머니는 열세살 때 위안부로 끌려갔던 자신의 피해 사연과 일본에 대한 사죄 요구를 담아 윤 이사장이 지은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이 되어 나 여기까지 왔네요'라는 시를 윤 이사장과 함께 낭송했다.
추진위는 "소녀상이 3년만에 자기 집을 찾았다"며 "일본에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상징물이자 평화와 인권,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보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은 한국에서 제작돼 미국으로 온 뒤 워싱턴DC 내 건립이 추진됐지만, 부지 물색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애넌데일 건립이 결정됐다.
소녀상은 가로 200㎝, 세로 160㎝, 높이 123㎝로, 서울의 옛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있는 소녀상과 같은 크기다.
한국의 첫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1천회 수요집회를 기념해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졌다. 부부 조각가 김서경, 김운성씨가 제작했다. 이후 전 세계에 소녀상 또는 기림비가 설치돼왔다.



워싱턴 인근에 자리 잡은 이번 소녀상은 2016년 11월 미국에 도착한 뒤 같은 해 12월 10일 워싱턴DC 내셔널몰 야외공연장에서 '환영식'을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
그러나 일본 측의 방해로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돼왔다.
이런 소식을 알게 된 한인 건물주가 장소를 제공, 안식처를 마련하게 됐다.
이 소녀상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설치되는 평화의 소녀상이다. 미국에 세워진 평화비, 기림비 등 여타 상징물까지 포함하면 14번째로 세워진 조형물이다.
추진위는 소녀상 옆 빌딩에 '기억공간'을 마련해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기부와 기념품 판매 수익 등을 통해 소녀상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추진위에는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회장 이정실)와 워싱턴희망나비(대표 조현숙),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회장 이재수) 등이 참여했다.


추진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워싱턴DC 내 소녀상 건립 목표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공장소는 허가에 시간이 오래 걸려 대안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추진위는 "워싱턴 내 소녀상 건립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며 워싱턴DC의 한 대학에 세우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개인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교민 제안도 받았다고 전했다.
추진위는 "소녀상은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영구 조형물이자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과 사과를 촉구하는 메신저"라며 소녀상을 역사와 여성 인권 교육에 활용하고 앱·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3년만에 제자리 찾은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 연합뉴스 (Yonhapnews)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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