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난 괜찮으니 돌아갈 때 조심해라."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지난 12~13일 동일본지역을 휩쓸고 갈 때 숨진 100세 할머니의 사연이 일본 언론을 조명을 받고 있다.
후쿠시마(福島)현 이와키시(市)에 사는 오카다 고 할머니는 지난 13일 새벽 집 근처의 하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숨졌다.
하천 둑을 넘은 물살이 순식간에 2m 높이로 인근 지역을 삼켰고, 단층인 오카다 할머니 집은 그대로 물에 잠겼다.
하기비스가 닥치기 직전인 지난 12일 자신의 집으로 함께 대피하자고 조카인 시가 미사코(75) 씨가 찾아와 권유했지만, 오카다 할머니는 "나는 괜찮다"고 뿌리쳤다. 그 선택이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태풍이 들이닥친다고 하더라도 시집온 지 60년, 남편을 잃고는 30년가량을 줄곧 홀로 지켜온 집을 놔두고 어디로 가겠느냐는 것이 오카다 할머니의 생각이었던 듯하다.
오카다 할머니는 다리가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지팡이를 짚고 근처 편의점을 다니는 등 100살을 먹고도 자신을 스스로 건사했다.
주변 사람들이 요양 시설에 들어가라고 얘기하면 "내 집이라 여기가 좋다"며 완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한다.
오카다 할머니는 숨지고 9일 후인 지난 22일 101번째 생일을 맞았다.
고인의 친척인 오카야마 요코(74) 씨는 "건강이 나쁘지 않아 110세까지도 사실 수 있었는데 유감"이라며 "하지만 사시던 집에서 돌아가신 것은 숙원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애도했다.
오카다 할머니에게 대피를 권유하러 갔던 조카 시가 씨는 "끝까지 자기 뜻을 관철한 100점 만점의 인생을 사셨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