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영부인→대통령→이젠 부통령…'돌아온 여왕' 크리스티나(종합)

입력 2019-10-28 14:30  

아르헨 영부인→대통령→이젠 부통령…'돌아온 여왕' 크리스티나(종합)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8년 집권 후 우파에 정권 내줬다 부통령으로 재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66)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15년 12월 임기를 마친 후 후임자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임자가 취임식에 불참한 것은 1983년 아르헨티나 민주화 회복 이후 처음이었다.
앙금을 가득 안고 물러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대선 승리로 4년 만에 다시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Casa Rosada·분홍색 집)로 돌아오게 됐다.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으로서이지만, 퇴임 이후 부패 혐의 등으로 위기를 맞았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으로서는 꽤 극적인 귀환이다.
로이터통신은 '역전의 여왕'(Comeback Queen)이라는 표현으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재기를 조명하며, "아르헨티나 정치에 큰 반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선 '크리스티나'로 통한다.
애칭 '에비타'로 불렸던 옛 영부인 에바 페론처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렸다.
법학을 전공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1974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결혼한 후 함께 변호사로 활동하다 산타크루스 지역에서 남편은 시장으로, 그는 시 의원으로 나란히 정치에 입문했다.
1995년엔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2003년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한 후 함께 대통령궁에 들어와 카리스마 넘치는 영부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어 4년 후 대선엔 직접 출마해 45.2%의 득표율로 승리하며 남편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선거로 뽑힌 아르헨티나 첫 여성 대통령이었다.
아르헨티나 최초이자, 세계 최초 여성 대통령은 1974년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 사망 후 잔여 임기를 채운 그의 세 번째 부인 이사벨 페론이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당선은 '남편의 후광'으로 여겨졌지만, 그는 곧 스스로 더 밝게 빛났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2010년 암으로 사망한 후 2011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전보다 높은 54.11%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집권 시절 그는 연금 개혁을 통해 사적 연금을 공적 연금으로 일원화하고 석유회사 YPF를 다시 국유화했으며 공공요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시장개입정책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정책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단단한 지지 기반을 만들었지만, 재계 등의 반발도 불러왔다.
팬도 안티도 많았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경기 침체와 부패 의혹 속에 결국 좌파 집권을 연장하지 못한 채 2015년 퇴장하게 됐다.
퇴임 후 뇌물수수 혐의, 폭탄테러 사건 은폐 혐의 등으로 잇따라 검찰 조사도 받았다.
씁쓸한 퇴장이었지만 '크리스티나'의 인기나 상징성은 여전히 컸기 때문에 4년 후에 다시 대권에 도전하리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아르헨티나에선 대통령 연임은 한 차례로 제한되지만 중임엔 제한이 없다.
2017년엔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예정된 수순처럼 정계에 복귀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그러나 올해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 후보로 나서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좀처럼 중앙에 나서지 않았다.
자신보다 훨씬 중도적이고 온건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를 내세운 그의 선택은 주효했다.
포퓰리즘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중도층 역시 흡수했고 결국 4년 만에 다시 정권을 되찾았다.
건재를 과시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향후 부통령으로서 새 정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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