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좌파 경제정책 급변 앞두고 불확실성 증가 우려"
금융시장 긴장…"순조롭게 전환 안되면 급속한 시장 충격"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아르헨티나에서 2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4년 만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금융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가뜩이나 채무불이행 위기가 커지는 아르헨티나에서 친(親) 시장주의 정권을 꺾고 중도좌파 후보가 당선되면서 경제정책 변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8일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오는 12월까지 은행 계좌를 통한 달러 매입을 한 달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달러화 현금 인출도 100달러로 묶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9월 초 제한선인 1만 달러 제한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현재 불확실성 수준으로 볼 때 중앙은행의 외화 보유액을 유지하려는 조치의 하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560억 달러(약 65조8천억원)의 금융 지원을 받게 됐는데, 신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IMF와 재협상 의사를 밝혀 금융 시장의 돌발 변수로 꼽혔다.
여기에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득표율이 대략 48%(개표율 92% 기준)로 신자유주의 성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40%)과 격차를 충분히 넓히지 못한 점도 부담이다.
지난 8월 예비선거 득표율이 페르난데스 47.7%, 마크리 32.1%였던 점을 보면 본 게임에서는 후보 간 격차가 오히려 좁혀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아리엘 코렘버그는 "차기 페론주의(국가 주도 사회경제정책) 정부는 강력한 반대 여론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 증시와 환율 시장도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예비 선거에서는 페르난데스 당시 후보의 예상 밖 완승에 포퓰리즘 우려가 커지면서 아르헨티나 증시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8% 폭락하고 페소화 가치도 하루 만에 18.8% 추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본 선거에서는 반전 없이 페르난데스 후보가 당선돼 금융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충격을 반영했겠지만 기존 친시장 정책에서 좌파 경제정책으로 얼마나 순조롭게 정권 교체가 이뤄질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니콜라스 살디아스는 (금융 시장이 열리는) 월요일 꽤 안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은행들과 페소화에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과 신임 대통령이 공조한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급속하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농업 강국이던 아르헨티나는 고질적 경제난, 치솟는 물가로 긴축 정책을 폈으나 올해 들어 페소화 가치는 60% 추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아르헨티나 경제가 3.1%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