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반대해 온 버커우 의장, 이달 31일에 사퇴 예고
英더타임스 "차기 하원의장 후보군 다른 접근법 택할 것" 전망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마련한 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던 영국 하원의장의 임기가 이달 31일로 종료되는 것을 계기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8일 존 버커우 하원의장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노동당과 보수당 유력 후보군이 브렉시트 합의안 처리 절차에 있어서 버커우 의장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임을 시사해왔다고 보도했다.
버커우 의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규약에 따라 동일 회기 안에 같은 사안을 표결에 부칠 수 없다며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 개최를 불허했다.
하원은 새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에 앞서 브렉시트 이행 법률이 의회를 최종 통과할 때까지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가져온 합의안의 의회 승인을 보류한다는 이른바 '레트윈 수정안'을 처리했다.
당시 버커우 의장은 "오늘 안건은 48시간 전에 내놓은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것으로 하원은 이미 이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반복적이고 무질서하기 때문에 오늘 승인투표 안건은 토론에 부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엘레노어 래잉(보수당) 부의장은 "브렉시트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있어서 의회와 나라가 특정한 방향으로 주사위를 굴리려고 한다"며 "하원의장은 절차에 있어서 독립적인 '닻'이 되어야 한다"고 버커우 의장을 비판했다.
린제이 호일(노동당) 부의장은 "버커우 의장이 '벤 액트'(유럽연합 탈퇴법) 통과를 돕는데 필요한 절차를 승인할 때 어떤 조언을 받았는지 공개했어야 한다"며 버커우 의장의 행동이 적절치 않았음을 꼬집었다.
이와 달리 연속성 측면에서 버커우 의장의 후임을 자처하는 해리엇 하먼(노동당) 부의장은 "다른 방법은 없었다"며 버커우 의장의 결정이 옳았다고 지지했다.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하원의장 교체를 계기로 내년 1월 31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기 총선 개최에 반대하는 노동당도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EU가 이달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에 동의한다면 12월 12일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조기 총선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2009년 하원의장직에 오른 버커우 의장은 2017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잔류에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친(親)노동당 성향을 보여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보수당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버커우 의장은 자신이 의회 권리의 맹렬한 수호자일 뿐이라고 항변해왔다.
그는 당초 9년 간의 하원의장직 수행 후 지난해 여름에 사퇴할 예정이었지만 브렉시트 일정을 마무리 짓고 싶다며 계속 자리를 지켰다.
버커우 의장은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의회 안에서 고성이 오가며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때 "정숙! 정숙!"을 외치며 장내를 정리하는 모습이 국내외 TV에 중계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