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표현의 자유 존중 안 해" vs "예의 무시한 행동 불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에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가 한창인 가운데 마스크를 쓴 졸업생과 악수를 거부한 한 대학 총장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내 8개 공립대학 중 처음으로 홍콩이공대학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 전에 일부 학생 조직은 졸업생들이 복면금지법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호소했고, 대학 당국은 졸업식장 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청했다.
결국, 총 326명의 졸업생 중 2명의 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 졸업식에 참석했다.
졸업식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 1명이 연단에 올라 졸업장을 받은 후 덩진광 홍콩이공대 총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요청했지만, 덩 총장은 이를 거절하고 손짓으로 이 졸업생이 연단 밑으로 내려갈 것을 요구했다.
이어 마스크를 쓴 다른 학생이 다가왔지만 덩 총장은 뒷걸음치면서 악수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졸업식이 끝난 후 이 대학 학생회는 덩 총장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홍콩이공대 학생회는 "덩 총장은 졸업식 연설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것을 호소했지만, 정작 자신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는 덩 총장이 졸업식 연설에서 "홍콩 사회가 분열의 아픔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우리와 배경이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이른다.
하지만 대학 당국은 졸업식 전에 졸업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마스크 착용은 졸업식이라는 엄숙한 행사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덩 총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졸업식장을 빠져나갔지만, 홍콩이공대 학생회는 그의 행동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마스크 배포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부터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으며,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커지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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