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샹젤리제 거리 퓌블리스 극장서…'칸의 스타' 송강호도 직접 참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영화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려온 파리한국영화제가 올해는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 특집으로 꾸며진다.
29일 저녁(현지시간) 개막해 11월 5일까지 이어지는 제14회 파리 한국영화제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클래식과 상업영화, 예술영화를 망라한 58편이 개봉돼 한국영화의 다양한 세계와 역사를 프랑스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개막작으로는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가 선정됐고, 폐막작으로는 윤가은 감독의 독립영화 '우리집'이 상영된다.
'벌새'(김보라 감독) 등 독립 예술 영화들과 함께 클래식 섹션에서 한국 영화의 최초 극영화인 '미몽'(1936. 양주남 감독), 전후 최대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오발탄'(1961. 유현목 감독),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년) 등 한국영화사를 빛낸 작품들이 프랑스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특정 영화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포커스' 섹션에서는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함께 한 '조용한 가족',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이 선보인다.
특히 두 영화인이 직접 파리한국영화제의 현장을 찾아 프랑스 관객들을 만나 영화 세계에 대해 대담도 나눌 예정이다.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1천600만 관객을 기록한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도 프랑스 관객들과 만난다.
파리한국영화제에서 개봉하는 작품들은 한국 영화의 순수 아마추어 애호가로서 이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다비드 트레들러 등 프랑스인들이 직접 논의해 선정해오고 있다.
올해는 송강호가 출연하고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이 올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아 프랑스인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됐다.
지난 23일에는 최근 파리 3대학에서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영화 : 구성과 해체 1919∼2019'라는 제목의 학회가 열리는가 하면, 올해 한국영화제 상영작 전편을 볼 수 있는 관람권이 프랑스의 온라인 티켓·쇼핑몰 FNAC에서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1시간 16분 만에 전부 매진되기도 했다.
영화의 본고장을 자처하는 프랑스에서 영화 팬들과 평론가들이 한국 영화의 장점으로 꼽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상업 영화와 예술·독립영화가 다양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점이다.
시네마테크프랑세즈(프랑스 국립영상원)의 디렉터이자 저명한 영화평론가인 장 프랑수아 로제도 파리 3대학 학회에 참석해 한국 영화의 독특한 상업성과 예술성의 공존을 높이 평가했다고 영화제의 한세정 사무국장이 전했다.
파리한국영화제 배용재 집행위원장은 프랑스의 꾸준한 한국영화 붐에 대해 "한국 영화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관심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올해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더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프랑스 배급사 관계자들도 다양한 한국 영화들을 살펴볼 수 있는 우리 영화제를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529명의 관객으로 출발해 파리 최대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의 퓌블리시스 극장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파리한국영화제는 작년 관객 수 1만5천명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매년 한국영화제를 찾아 거의 전편을 섭렵하는 프랑스인 관객들도 있을 만큼 프랑스의 영화 한류 팬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축제가 됐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 청년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 '1886'이 자원봉사와 기업 후원 등을 바탕으로 순수 아마추어 정신으로 일궈낸 영화제라는 것이 여타 한국 영화제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1886년은 조선과 프랑스가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해다.
올해 파리한국영화제의 자세한 상영 스케줄은 인터넷 홈페이지(www.ffcp-cinem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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