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대규모 내각 교체 등 정부의 '민심 달래기'에도 열흘 넘게 칠레 전역에서 이어진 시위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였으며, 일부는 인근 상점과 패스트푸드점에 방화를 저지르는 등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혼란을 틈타 약국을 약탈하거나 지하철역에 방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며칠째 마비된 지하철을 대신해 무료로 제공된 버스를 이용해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칠레는 변화해왔고, 정부도 변해야만 한다"며 내무장관과 경제장관, 재무장관을 비롯해 모두 8명의 장관을 경질하고, 중도 성향의 신임 장관을 임명했다.
AP는 칠레 정부가 이번 시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빈약한 공공서비스와 높은 생활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상점을 운영하는 한 30대 칠레 시민은 "새로운 내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의료 서비스와 교육, 연금에서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칠레 전역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열흘 넘게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위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은 지하철 요금 인상이지만, 보수 성향의 피녜라 정권이 추진해 온 잦은 공공요금 인상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누적된 불만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제적으로 부유한 일부 계층에 유리한 교육·보건 정책이나 개인연금 제도가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AP는 덧붙였다.
칠레 인권단체에 따르면 시위 진압 과정에서만 2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천132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부 시민이 군경이 발포한 총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위대의 공분을 샀다.
이에 칠레 대통령을 지내기도 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칠레 현지에 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조사단을 파견했다.
그동안 칠레는 민주 선거로 정권을 교체하고, 자유시장제 합의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일구는 등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또 인권과 기대수명, 1인당 국민 소득 등의 지표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며 남미 지역에서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상위 1%가 나라 전체의 33%에 달하는 부를 독점해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는 오명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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