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핼러윈 행사도 참석…군장병 자녀 등에 사탕 나눠줘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알바그다디는 몇 년 전에 사살됐어야 했다. '다른 대통령'이 그를 잡았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경찰청장협회(IACP) 연례 콘퍼런스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를 미리 처리하지 못한 전임 행정부를 질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전날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제거했다고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임 정권의 실책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신의 치적을 내세운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은 직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로 추정된다.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 시절에는 알바그다디가 주요 인물로 떠오르기 전인 데다 미군에 붙잡혀 수감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다른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력하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지난 2009년에 출소 후 종적을 감췄다 다시 나타난 알바그다디를 요주의 인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그다디 사망을 발표하면서 "개처럼 숨졌다", "울며 훌쩍였다"는 등 적나라한 언사를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연속 알바그다디를 가리켜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알바그다디는 역겹고 타락한 사람이며, 이제 그는 죽었다. 완전히 죽었다"면서 "그는 용감하게 죽지 않았다. 그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책임론'에 IS 희생자 유족 일부도 동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IS에 납치돼 사망한 미국인 여성 케일라 뮬러의 어머니는 이날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만큼 결단력이 있었다면, 케일라는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뮬러는 국제구호단체 소속으로 시리아에서 난민을 돕다 IS에 납치돼 인질로 붙잡혀있다가 지난 2015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알바그다디 급습 작전명도 IS에 희생된 뮬러의 이름을 따 '케일라 뮬러'로 명명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와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군 장병 자녀와 지역 아동 수백명에게 직접 사탕을 나눠주는 핼러윈 행사를 진행했다.
각종 영화 주인공으로 분장한 어린이들은 핼러윈 분위기로 꾸며진 백악관에서 차례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에게 사탕을 건네받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핼러윈 분장을 하지 않고 정장 차림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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