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700억원 규모 상속세 5년간 6차례 나눠 낼 듯
한진家 지분 변동 없지만, 삼남매 경영분쟁 가능성 '불씨'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족들이 한진칼[180640]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고 이달 말 국세청에 상속세를 신고한다.
한진 일가는 2천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앞으로 5년간 6차례에 걸쳐 납부할 계획이다.
상속에 따른 한진 일가 내의 지분 변동은 없어 당장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조 전 회장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 사모펀드 KCGI 등 견제 세력의 향후 움직임은 경영권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29일 한진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의 부인 이명희 고문과 아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31일 2천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신고하기로 했다.
이들은 신고 당일 460억원 규모 세금을 먼저 납부할 예정이다.
고액의 상속세 납부는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6분의 1씩 나눠 낼 수 있는데,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신고·납부 절차는 상속인인 조 전 회장의 주거지 관할인 종로세무서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를 민법이 정한 비율대로 나눠 상속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고문과 삼남매는 각각 1.5대 1대 1대 1대의 비율로 지분을 상속받게 된다.
이 고문이 5.94%, 삼남매가 각각 3.96%씩 물려받는 것이다. 삼남매는 이미 2.3%대 지분을 보유 중이어서 상속 이후 지분율은 조 회장 6.3%, 조 전 부사장 6.27%, 조 전무 6.26% 수준으로 늘어난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균등하게 상속되면서 유족 네 사람의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이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 이 고문이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개편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 자녀의 경영권을 놓고도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15.98%) 등 견제 세력과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 일가는 일단 조 전 회장이 남긴 650억원 규모의 퇴직금을 기본 재원으로, 지분 담보 대출, 연부연납 제도 활용 등을 통해 상속세 문제에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최근 조 전 회장의 ㈜한진 지분 6.87%를 GS홈쇼핑[028150]에 250억원에 매각하며 현금화해 이 재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조 전 회장은 비상장사인 정석기업과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에서도 임원을 겸임해 공개되지 않은 퇴직금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 전 회장은 지난 4월 8일 별세했다.
현행법상 피상속인은 상속인 사망 이후 6개월째 되는 달의 말일까지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이번 상속 대상은 조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17.84%), (주)한진(6.87%), 한진칼 우선주(2.40%), 대한항공(0.01%), 대한항공 우선주(2.40%), 정석기업(20.64%) 등 상장·비상장 주식과 부동산 등이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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