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이사회 환경상 선정됐으나 시상식 불참…"과학과 정치 간극 크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권력자들은 상이 아닌 과학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툰베리는 북유럽 5개국의 역내 협의기구인 북유럽 이사회(Nordic Council)에서 수여하는 환경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을 주도한 툰베리에 대해 북유럽 이사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환경과 기후에 관한 논의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매해 수여되는 이 상의 올해 후보로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모두 툰베리를 추천했다고 AFP는 전했다.
하지만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툰베리의 이름이 호명되자, 그의 대리인은 툰베리가 상과 상금 35만 크로네(덴마크 화폐단위·약 6천만원)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좌중에 알렸다.
툰베리는 이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수상자 선정이 큰 영광이라면서도 "기후 운동에는 또 다른 상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이 현재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과학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며 수상 거부 이유를 밝혔다.
그는 노르딕 국가들이 환경과 기후 이슈에 관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지만, 실제 배출량과 생태발자국(사람이 사는 동안 자연에 남긴 영향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한 수치)에 대해선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계자연기금(WWF) 등을 인용해 스웨덴을 비롯한 노르딕 지역 주민 전체가 마치 지구가 4개 있는 것처럼 생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개장한 북해에 있는 노르웨이 유전 '요한 스베드럽'(Johan Sverdrup)에서 향후 50년간 발굴될 석유와 천연가스로 전 세계에 배출될 이산화탄소 양이 1.3t(톤)에 달할 것이라는 점을 이런 사례로 들었다.
그러고선 "세계 기온 상승을 1.5도 혹은 2도까지라도 억제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요구되는 것과 국가를 운영하는 북유럽의 정치 사이에는 막대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북유럽 국가들이 과학이 알려주는 바에 따라 행동하기 전까진 자신과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북유럽 이사회 환경상과 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 달 넘게 이어진 그의 호소는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정 중 하나인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세계지도자들 면전에서 "꿈을 빼앗아 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