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중증질환자 동네의사가 찾아가 진료…의협 "참여거부"

입력 2019-10-30 15:18  

노인·중증질환자 동네의사가 찾아가 진료…의협 "참여거부"
의사 왕진 시범 수가 신설…왕진 1회당 2만4천∼3만4천500원 환자 부담
정신질환자 지속 치료받는다…시범사업 추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노인이나 중증질환자 등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동네 의원이 직접 찾아가서 진료해주는 시범사업이 이르면 올해 12월 또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왕진 의료비가 낮게 책정됐다며 참여 거부를 선언하고 나서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거동불편환자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는 내용의 재택의료 활성화 추진계획 등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월부터 지역사회 의원(동네의원)을 대상으로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을 추진, 보행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거동불편 환자에게 의사가 왕진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왕진 서비스를 하는 동네 의사에게는 건강보험공단이 환자 진찰료, 왕진에 따른 이동 시간과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왕진 1회당 약 11만5천∼8만원의 왕진 수가를 산정해서 지급한다.
환자는 이런 왕진료 시범 수가의 30%(왕진 1회당 2만4천∼3만4천500원가량)를 부담하면 된다.
이에 대해 의협은 성명을 내어 "정부의 이번 재택의료 활성화 추진 계획안은 국민 건강권을 고려하기보다는 건강보험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경제적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재택의료 활성화 추진 계획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행 건강보험 제도는 의료기관 안에서 입원과 외래진료 위주로 운영되기에, 환자가 의료기관 밖에서는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복지부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왕진료와 가정간호 관리료를 상향 조정해 집에 있는 환자에게 내실 있는 가정간호를 제공할 수 있게 유도하되, 불필요한 의료남용을 방지하고자 적정 제공 횟수와 수가 차등·감산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자 재택관리 수가 시범사업'도 추진해 복막투석 환자 등 재가 환자를 주기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하고, 안전한 자가관리를 위한 교육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또 정신 응급 환자가 초기 집중치료부터 지속치료까지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2020년부터 3년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해나 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정신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해 급성기 진료 특성을 반영한 시범 수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퇴원 후 치료 중단과 재입원을 반복하는 일을 막고자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에도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팀한테서 일정 기간 방문 상담 등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낮 병동 관리료 시범사업을 통해 정신질환자가 입원하지 않고도 낮 병동에서 적절한 수준의 치료·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후속 조치로 12월 1일부터 인지장애·암 질환, 여성건강 및 난임 치료 등 중증질환 분야의 의료행위와 치료재료 64개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먼저 파킨슨병의 진단·치료를 위한 레보도파경구 투여 후 반응검사, 뇌혈관질환·뇌성마비·정신질환 등의 인지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신경인지검사(35종)에 보험적용을 받아 환자 부담이 줄게 된다.
난임 여성의 난소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항뮬러관호르몬 검사, 고주파 전류를 이용해 자궁 내 출혈을 치료하는 재료 등 여성건강 및 난임치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안구 내 종양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치료하는 의료행위 등 암 질환 2개, 피부 상처 봉합 등을 위한 치료재료(소모품) 23개 항목도 보험급여를 해주기로 했다.
이런 보험적용 확대로 약 310억원의 비급여 부담을 덜 수 있게 되고, 개별적으로는 기존에 환자가 전액 부담하던 검사비와 소모품 비용이 2/3∼1/10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른바 산정특례 대상 희귀질환에 '성인발병 스틸병(원인이 불분명하고 고열, 피부발진, 관절통 등 증상을 보이는 염증성 질환)' 등 91개 질환을 추가해 진료비 부담이 높은 희귀·중증 난치질환자 본인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정특례를 적용받는 희귀질환은 기존 926개에서 1천17개로 늘어나고, 성인발병 스틸병 등 해당 질환자 약 4천7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산정특례 적용을 받으면 입원·외래진료 때 1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산정특례 적용을 받기 전 본인부담률은 입원은 20%, 외래진료는 30∼60%이다.
재발성 난소암 치료제인 '제줄라캡슐(한국다케다제약)', 만성신장질환 환자의 혈청 인(원소기호 P) 조절에 사용하는 '벨포로츄어블정(프레제니우스메디컬코리아)', 불면증 치료제인 '조피스타정(휴온스)'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의 신약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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