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자' 인사이트호, 1년 다 돼가지만 반쪽임무만 수행

입력 2019-10-30 14:06  

'지질학자' 인사이트호, 1년 다 돼가지만 반쪽임무만 수행
땅파기 안 돼 지열장비 설치조차 못 해…로봇팔 활용한 최근 시도도 실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의 지질학자'로 화성에 파견된 '인사이트(InSight)'호가 착륙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임무만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진파 탐지와 지열 측정 등 양대 임무를 띠고 갔지만 한 축인 지열 측정은 땅파기가 여의치 않아 측정장비조차 설치 못 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인사이트호 운영팀은 최근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상실험 끝에 인사이트호의 로봇팔에 달린 주걱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땅파기를 시도해 왔다.
땅을 파고 들어가는 원통형 장치인 '두더지(mole)'가 예상외로 딱딱한 토양을 만나 이를 뚫고 들어가려면 주변 토양의 마찰력이 필요한데, 로봇팔 주걱으로 두더지를 구멍에 밀착시켜 부족한 마찰력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못 위에 자동 망치가 달린 것과 같은 두더지는 마찰력이 없으면 자동못질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진동으로 더 파고들지 못하고 제자리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이 방식은 지난 8일부터 약 220차례 걸친 자동 망치질을 통해 약 2㎝가량 더 파고 들어가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두더지가 절반가량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수포가 되었다.
인사이트호 운영팀은 현장 상황을 정밀 평가한 뒤 두더지가 다시 땅속을 파고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두더지는 원래 목표대로 지열을 측정하려면 5m가량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지만 지금까지 판 깊이는 약 30㎝에 불과하다.
인사이트 운용팀은 지상 실험에서 두더지 상단의 연결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로봇팔 주걱을 직접 올려놓고 압력을 가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연결선은 두더지 내 지열측정 장비에 동력을 공급하고 측정된 자료를 인사이트호로 전송하는 역할을 하는 민감한 부분이다.

<YNAPHOTO path='AKR20191030105500009_01_i.jpg' id='AKR20191030105500009_0101' title='땅파기 작업을 하는 '두더지'' caption='[DLR 제공] '/>

두더지는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가 지열측정 장비인 'HP3'(열류 및 물리성 패키지·Heat flow and Physical Properties Package)에 포함해 제공한 것이다.
인사이트호가 지진파 탐지를 위해 싣고간 지진계인 '내부구조 지진 실험(SEIS)' 장비는 작년 12월에 성공적으로 설치돼 지난 4월 첫 지진신호를 잡아냈다. 이후 150여차례의 진동을 포착했으며, 이 중 23건은 이미 화성 지진으로 확인됐다. SEIS는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가 제작해 제공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이 총 10억달러(1조1천689억원)를 투입한 인사이트호 프로젝트가 제값을 못 하는 상황이지만 NASA는 "인사이트호가 매우 잘 작동 중"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NASA 과학담당 책임자인 토마스 주부큰 부국장은 트윗을 통해 "국제운용팀이 두더지가 땅속으로 파고들어 가도록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지만 두더지 작동이 이른바 1단계 임무 성공의 요건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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