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주에 걸친 끈질긴 시위로 총리의 퇴진을 끌어낸 레바논 반정부 시위대는 그의 결정을 반기면서 부패 청산과 민생고 해결을 위해 정치권의 개혁을 더욱 촉구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사드 하리리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방송으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거리로 나간 많은 레바논 시민이 변화를 요구하고, 그 뜻에 맞춰 물러나기로 했다"라며 반정부 시위가 사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17일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하리리 총리는 21일 내각 개편, 공무원 봉급 삭감 등 개혁 정책을 부랴부랴 발표했지만, 결국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의 사퇴 소식에 베이루트, 트리폴리 등 레바논 주요 도시에 시민이 모여 레바논 국기를 흔들고 춤추며 환호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트리폴리 시민 티마 사미르(35) 씨는 AFP통신에 "총리의 사퇴를 환영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라며 "우리는 시스템 전체를 통째로 바꾸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마헤드 마디 씨도 이 매체에 "하리리 총리는 트리폴리 출신이라 우리는 항상 그를 지지했지만 지금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라고 촉구했다.
베이루트 시민 피에르 무자나르(21) 씨는 알자지라 방송에 "총리 사퇴는 좋은 첫걸음이다"라며 "그는 문제의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에 레바논 시민 누구도 다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리아드 알솔흐 씨도 이 방송에 "총리가 시민의 요구에 따라 더 일찍 물러났어야 한다"라며 "이제 다음 단계는 정치인들이 훔친 돈을 우리에게 돌려주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하리리 총리의 사퇴에 대해 29일 "지난 13일간 이뤄진 레바논의 평화로운 시위는 경제를 개혁하고 만성적 부패를 청산할 수 있는 효율적 정부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다"라며 "새 내각이 신속히 구성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레바논의 실권자인 총리는 대통령과 의회 다수 정파가 협의해 선출한다. 종파적 안배를 위해 총리는 수니파 출신이 맡는다.
프랑스 시민권자인 하리리 총리를 지원하는 프랑스 정부는 그의 사퇴가 레바논 정세를 더 심각하고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를 옹호하는 헤즈볼라 지지자들과 충돌도 실제 벌어졌다.
헤즈볼라 지지자들은 29일 베이루트 시내에 반정부 시위대가 설치한 텐트에 불을 지르고 시위대와 주먹다짐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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