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준 청문회서 진술…우크라대사 경질에 줄리아니 연관 지목
국무부 당국자 2명은 하원 조사에서 트럼프에 불리한 진술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의 신임 러시아 대사로 지명된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이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미 정부의 우크라이나 압박에 관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A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설리번 지명자는 이날 상원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문제들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자신이 아는 것은 올봄과 여름에 줄리아니가 마리 요바노비치 당시 우크라주재 미국대사를 상대로 한 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지명자는 줄리아니가 요바노비치를 비방하려고 한 것을 알았느냐는 민주당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 나는 그가 그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동기가 무엇인지를 포함해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부연했다.
그는 대통령이 자기 직위를 이용해 국내의 정적들에 대한 수사를 (우크라이나에) 요청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나는 그것이 우리의 가치들과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지난 5월 경질됐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 압박에 동조하지 않은 게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탄핵조사 중인 하원에 11일 출석, 트럼프가 자신을 대사직에서 축출하기 위해 국무부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의혹 배후로 지목된 줄리아니는 요바노비치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우크라 측 조사를 방해한다며 경질을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설리번 지명자는 줄리아니의 의혹은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AP에 따르면 그는 대통령이나 다른 사람들이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바이든의 아들에 대한 부패 수사를 개시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시도를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부 당국자 2명도 하원의 탄핵조사 비공개 증언에 출석, 트럼프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갔다.
직업 외교관이자 6월까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보였던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이날 오후 출석에 앞서 제출한 서면진술서에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줄리아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줄리아니가 우크라 문제에서 핵심 인물이라고 볼턴이 경고했다는 것이다. 앞서 볼턴이 비선에서 활약하는 줄리아니를 '수류탄'에 빗대 비판했다는 전직 백악관 당국자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앤더슨은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했을 때 국무부가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준비했으나 백악관에서 이를 저지했다는 증언도 했다.
또다른 직업 외교관 캐서린 크로프트도 이날 서면진술서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파견 시절 전직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로버트 리빙스턴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요바노비치 당시 대사를 잘라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도 비공개 증언에 출석,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통화로 미국의 국가안보 약화를 우려했다고 진술했다. 빈드먼은 작년 7월 NSC에 파견됐으며 문제의 통화에 배석한 당국자의 의회 증언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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