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 홍콩 대학가, 시위 사태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

입력 2019-10-31 12:57   수정 2019-10-31 14:24

졸업 시즌 홍콩 대학가, 시위 사태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
학생들, 가면 쓰고 졸업식 참여…총장에 '경찰 비난 성명' 요구
中 본토 출신 학생들 "'왕따' 무서워 의견 표출 못 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이번 주부터 졸업 시즌에 들어간 홍콩 대학가가 시위 사태를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전날 열린 홍콩이공대학 석사·학사과정 졸업식에서 수십 명의 졸업생은 마스크나 방독면을 쓰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나타내기 위해 손을 들고 다섯 손가락을 펴 보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 27일 마스크를 쓴 채 박사과정 졸업식에 참석한 2명의 졸업생에 대해 덩진광 홍콩이공대 총장이 악수를 거부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전날 졸업식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곡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졸업생들은 시위 주제가 '홍콩에 영광을' 노래를 대신 불렀다.
졸업식장 밖에서는 100여 명의 졸업생이 저항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교내를 행진했다.
'마스크' 쓴 홍콩인 대규모 시위…"임시정부 수립" 주장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홍콩 대학 총장들은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홍콩 정부, 경찰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해 있는 모습이다.
전날 수십 명의 홍콩공개대학 학생들은 웡육산 총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은 채 경찰에 체포된 학생들을 지지하고, 경찰의 폭력을 비난하는 성명을 낼 것을 호소했다.
홍콩 최고 명문대학인 홍콩대 학생들은 장샹 총장이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일 총장실에서 집단행동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장샹 총장이 경찰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서에는 홍콩대 재학생과 졸업생 3천400여 명이 서명했다.
지난 10일 홍콩 중문대에서는 한 여학생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후 당한 경찰의 성폭력을 폭로했고, 이 대학 록키 퇀 부총장은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경찰의 폭력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학생들은 환호했지만, 경찰 노조는 물론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 등은 톼 부총장이 시위대의 폭력에는 눈을 감은 채 학생들의 요구에 굴복했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경찰에 체포된 2천700여 명의 시위대 중 20%가량이 학생들이다.
상당수 대학은 학생들의 시위를 우려해 입학식을 취소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시위대의 폭력을 비판한 강사들이 학생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강의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시위 사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자 홍콩에서 대학을 다니는 1만2천여 명의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은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홍콩침례대학에 다니는 본토 출신 학생 나콜라스 쉬는 "시위대가 중국계 은행 등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며 "'왕따'를 당할까 봐 두려워 나의 의견을 나타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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