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디 아닐확률 10의 26제곱분의1…은신처는 가루로 만들어"

입력 2019-10-31 17:22  

"바그다디 아닐확률 10의 26제곱분의1…은신처는 가루로 만들어"
브리핑·영상에서 드러난 바그다디 급습 작전 재구성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 우두머리 급습 작전의 상세한 전말이 30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미국 국방부가 이날 처음으로 공표한 당시 영상 일부와 작전 개요를 통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직접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제거 사실을 발표하면서 설명한 작전 내용보다 더욱 구체적인 정황이 담겼다.
군 당국이 밝힌 영상과 개요를 종합하면 당시 작전은 한 치의 빈 틈도 없이 정확하면서도 민첩하게 전개됐다.
국방부는 작전 과정에서 자폭한 시신이 IS 수괴인 알바그다디가 아닐 확률은 104자(1자는 10의 24제곱)분의 1에 불과하다며 성공을 확신하기도 했다.
다음은 미군 중부사령부 케네스 매켄지 사령관(미 해병대 대장)의 브리핑과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의 기자회견 등에서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재구성한 바그다디 급습 작전의 개요.



◇ 알바그다디, 예상 깨고 터키 인접 국경에 은신
IS 격퇴전의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은 알바그다디가 시리아 동부 사막 지역에서 이라크 국경에 이르는 '유프라테스 중류 계곡(MERV)' 일대를 이동하며 숨어다니리라 의심했다.
그러나 알바그다디의 꼬리가 잡힌 곳은 정확히 그 대각선 방향인 시리아 북서부 국경 지역 마을 바리샤 외곽이었다. 터키와 국경으로부터 5㎞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매켄지 사령관은 "시리아 다른 지역에서 ISIS(IS의 옛 약칭)가 받는 압박을 피하려고 이들립주(州)에 은신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디데이(D-day) 하루 전 '케일라 뮬러 작전' 보고·승인
IS 격퇴전을 수행하며 알바그다디의 소재를 끈질기게 추적해온 미 중부사령부는 그의 은신처와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확보한 후 알바그다디를 생포하거나 제거하는 특수부대 작전을 수립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디데이 하루 전인 25일 알바그다디의 소재 정보와 급습 작전을 국방부 본부에 보고했다. 작전명은 IS에 억류된 미국인 케일라 뮬러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매켄지 사령관은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의 승인을 받은 후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험요소 등 작전의 세부사항을 보고하고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중부사령부는 특수부대가 작전 과정에서 이 지역을 장악한 러시아군과 터키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도록 미리 조율했다.


◇ 델타포스, 헬기·무인기 등 투입…공습으로 지상 대원들 제거
작전을 수행한 델타포스는 헬기로 바그다디 은신처에 침투했다. 치누크(CH-47) 쌍발 수송헬기, 공격 헬기, 무인 폭격기, 4세대·5세대 전투기 등이 작전에 투입됐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작전 당일 현지시간 밤 11시(미 동부시간 오후 5시)께, 트럼프 대통령 등이 상황실에 모이자 작전에 동원된 헬기 8대가 이라크 북부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 미군은 작전 대원이 출발한 기지가 어디인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은 대부분 이라크 에르빌(아르빌) 기지라고 보도했다. 에르빌부터 바리샤까지는 헬기로 약 70분이 걸리는 거리다.
헬기가 바그다디의 은신처 상공에 도착하자 지상에 있는 무장대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공격 헬기는 이들을 공습으로 제거했다.
국방부가 공개한 공습 영상을 보면 은신처 건물 밖에서 8~9명이 허둥지둥 움직이다 공습 폭발과 함께 모두 사라진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들이 IS 조직원이 아니라 이 일대 무장조직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바리샤 주민들은 지상 작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 약 30분간 헬기 공습이 있었다고 외신에 진술했다.


◇ "교전 규범 등에 따라 바그다디 유해 처리"
은신처를 에워싼 미군은 투항을 요구했고 이때 어린이 11명 등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매켄지 사령관은 건물 안에 어린이들이 있을 가능성도 미리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IS 조직원 5명은 은신처 건물 안에서 투항을 거부하며 저항하다 사살됐다.
알바그다디는 자녀 둘을 데리고 땅굴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으나 특수부대가 데리고 간 벨기에 말리누아종(種) 군견이 그를 놓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바그다디의 자폭 또는 저항을 예상하고 로봇까지 투입했다.
궁지에 몰린 쥐 꼴이 된 알바그다디는 폭탄조끼로 자폭 사망하면서 자녀 둘을 살해했다.
공격대원들은 알바그다디의 유해 일부를 수습해서 땅굴 밖으로 가져 나와 유전자(DNA) 검사로 신원을 확인했다. 대조 시료는 지난 2004년 그가 이라크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확보된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시신의 주인이 바그다디가 아닐 확률은 104자분의 1이다. 국방부는 "지구 인구(70억명)가 현재의 1.5경 배로 늘어난다면 이러한 DNA 일치율을 가진 다른 인물이 있을 수도 있는 정도의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이 알바그다디가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매켄지 사령관은 "바그다디의 유해를 적절하게 바다에 수장했고, 전쟁 규범도 따랐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바그다디를 제거하고 신원 확인까지 끝낸 후 은신처를 완전히 파괴, 콘크리트 가루로 만들었다. 은신처가 '성지'(聖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켄지 사령관은 작전 후 은신처가 "큰 구덩이가 여러 개 있는 주차장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올리브 경작지 사이에 서 있던 은신처 건물 자리에는 파괴된 잔해만 허옇게 남았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공개한 상공 사진에서도 들판 위에 돌무더기와 철근만 보일 뿐이다.
미군은 작전을 모두 마치고 현지시간으로 3시 30분이 되기 전 현장을 이륙해 이라크로 되돌아갔다고 외신은 전했다.
케일라 뮬러 작전이 4시간 30여분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다만 국방부는 은신처 내부에서 벌어진 구체적인 작전 영상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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