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계속 다루고싶어" 의지피력…폼페이오 "계속 실질적 대표" 북미협상 총괄 확인
위상강화로 북미협상 긍정요인 관측…WP "협상 관장하되 일상적 관리는 웡에 맡길것"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56)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됐다.
비건 대표는 현 대북 특별대표직도 겸직할 것으로 알려져 인준이 확정될 경우 이러한 위상 강화가 지난 5일 '스톡홀름 노딜' 이후 교착국면을 맞았던 대북협상 재개를 위한 하나의 모멘텀이 되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번 인선은 공교롭게 미국 시간 기준으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당일 이뤄졌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내용의 인선을 단행했으며 인준요청서를 상원에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비건 대표의 부장관 임명은 상원 인준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백악관은 비건 대표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대북 특별대표로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모든 정책을 지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 이은 국무부 이인자 자리로, 비건 대표의 이번 승진 기용은 존 설리번 부장관이 주러시아 미국 대사에 낙점된 데 따른 것이다.
비건 대표의 이번 국무부 내 수직 이동에 따라 실무협상 대표를 누가 맡게 될지에 관심이 쏠려온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비건 대표가 "북한 관련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대표였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계속 실무협상 책임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도 비건 대표가 부장관이 될 경우 대북 특별대표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비건 대표가 대북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계속 할 것이지만 협상에 대한 일상적 관리(day-to-day management)는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에게 맡기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부장관이 다뤄야 할 업무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을 총괄하며 전체 상황을 관할하되 세부사항은 웡 부차관보가 챙길 가능성이 제기돼 공식직함을 어떤 식으로 분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웡 부차관보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상황을 챙기기 위해 국무부 내에 구성된 '포스트 싱가포르' 워킹 그룹의 실무를 총괄하는 등 대북 특별 부대표를 맡아 비건 대표를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초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에도 동행한 바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부임 인사를 겸해 방문한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와의 면담에서 자신의 신분이 어떻게 되든지와 관계없이 북한 핵 문제는 계속 다루고 싶다며 국무부 내 변화와는 무관하게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나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이 대사와 주미대사관 측이 전했다.
비건 대표가 부장관에 임명되면 폼페이오 장관이 자리를 비울 경우 사실상의 장관 대행까지 하게 되는 셈이어서 국무부 내 '파워맨'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특히 이번 인선은 폼페이오 장관의 내년 캔자스 상원의원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WP 등 미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의 출마가 현실화할 경우 비건 대표가 국무장관 대행을 맡으면서 장관 후보군에도 오르게 되는 등 폼페이오 장관을 대신하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빅3' 자동차회사인 포드자동차의 국제담당 부회장 출신의 비건 대표는 지난해 8월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로 임명된 뒤 폼페이오 장관을 도와 비핵화 협상의 '키맨'으로 부상,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드라이브를 뒷받침해왔다.
비건 대표가 대북 협상 책임자 역할도 계속 맡게 된 것은 업무 연속성 등을 감안할 때 그만큼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차원으로 보인다.
교착국면의 돌파구를 마련, 대선 국면에서 대북 비핵화 성과를 견인함으로써 외교적 치적으로 일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석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북 특별대표직의 부장관 승격을 통해 그만큼 힘을 실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협상 대표의 위상 강화가 북미협상 진행 과정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가 북측 대미협상의 핵심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실질적 카운터파트로 호흡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부장관으로서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해외 출장도 많아지는 만큼 실무적인 사안은 상당 부분 웡 부차관보에 넘기고 전체 협상 상황을 관장한다는 상징적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건 대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1기 행정부(2001~2005년)에서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근거리에서 도우면서 NSC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고, 빌 프리스트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다.
원래 러시아통으로, 미 하원과 상원의 외교위원회에서도 두루 경력을 쌓았다. 미시간대에서 러시아어 및 정치학을 전공했고, 미러관계와 관련한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원만한 성품과 활발한 의사소통, 솔직한 비공개 브리핑 등을 통해 초당적으로 신망이 두텁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국무부는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을 비롯,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의 지지 입장을 모아 발표하기도 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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