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G20 국회의장 회의 때 文의장과의 회담도 거부할 듯
文 의장 반복 사과했는데 '일왕 사죄 언급' 계속 문제 삼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이세원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왕의 사죄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놓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과의 뜻을 반복해 표명했으나 산토 아키코(山東昭子·77) 일본 참의원 의장이 계속 문제를 삼고 있다.
산토 의장은 1일 열린 한일·일한 의원연맹 합동총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사실상 불만의 뜻을 나타낸 데 이어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를 계기로 방일하는 문 의장과의 양자 회담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 참의원 사무국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는 4일 열리는 G20 국회의장 회의와 관련해 "산토 의장은 이번에 문 의장과 회담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의장이 외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일왕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손을 잡고 진정으로 미안했다고 말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산토 의장이 사과와 철회를 요구했으나 충분한 답변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산토 의장의 사과 요구와 관련, 그는 "문 의장으로부터 서간(편지)이 있었고 2월 발언에 관해서 '오와비'(사죄를 뜻하는 일본어)라는 표현은 사용됐지만 산토 의장은 그 내용이 일본 국민에게 전할 정도의 충분한 회답이 되지 않는다며 다시 사죄와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이 이에 반응하지 않아 양자 회담을 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문 의장은 올해 2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을 '전쟁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후 아베 총리가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이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당시 외무상이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고 반응하는 등 일본 정치권이 반발했다.
문 의장은 올해 6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를 서울에서 만나 "마음을 상한 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며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문 의장은 알려진 것만 두 차례 사과의 뜻을 표명했으나 산토 의장은 여전히 '불충분'을 내세우며 문제 삼고 있다.
산토 의장은 이날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일한 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도 축사하기로 돼 있었지만 불참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문 의장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과 관련해 한국 측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참의원 의장실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치 관련 일정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산토 의장은 대독하도록 한 축사에서 "내년 여름의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다"며 "일한 양 국민이 스포츠와 문화를 통해 더 한층 이해를 심화시키고 관계 개선의 가교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국 간에는 해결해야 할 큰 문제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정상 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의사소통을 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우 출신으로 1974년 제10회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전국구 후보로 나서 32세의 최연소 당선 기록을 세웠던 산토 의장은 지난 7월 임기 6년의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내 첫 8선을 달성한 뒤 제32대 참의원 의장으로 선출됐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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