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진 위험"에 수압파쇄공법으로 셰일가스 추출 금지

입력 2019-11-02 18:42  

영국, "지진 위험"에 수압파쇄공법으로 셰일가스 추출 금지
보고서 "수압파쇄로 발생할 지진규모 예측 못해"…환경단체 "상식의 승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지하에 매장된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방식인 수압파쇄(fracking: 프래킹) 공법이 지진을 유발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영국이 수압파쇄 공법에 대한 즉각적인 금지를 선언했다.
AFP통신은 2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지진을 촉발할 위험 때문에 수압파쇄 공법에 대한 금지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앤드리아 리드섬 경제에너지 장관은 에너지 회사 카드릴라가 셰일가스를 채굴하고 있는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셔주를 언급하면서 "최근 (랭커셔주) 프레스턴 뉴로드에서 감지된 지진활동에 대한 석유가스당국(OGA)의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향후 (수압파쇄로 인해) 용납할 수 없는 영향이 지역사회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리드섬 장관은 "이러한 이유로 즉각적으로 수압파쇄공법에 대한 금지를 선언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OGA 보고서는 수압파쇄공법으로 일어날 지진의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카드릴라는 지난해 11월 랭커셔주에서 수압파쇄공법으로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수압파쇄 공법이란 틈에 고압의 액체를 주입해 광석을 파쇄하고 물질을 채굴하는 방식으로, 지층에 분포한 셰일가스를 추출할 때 사용한다. 셰일(Shale·혈암)은 지하에 넓고 얇게 형성된 진흙 퇴적암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함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수압파쇄 공법이 안전하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향후 이에 대한 추가 허가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결정은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영국 조기 총선을 앞두고 나왔다. 수압파쇄공법은 이번 선거 유세 기간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영국 의회 산하 국가감사원(NAO)에 따르면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수압파쇄공법에 반대하는 의견은 2013년 21%에서 최근 40%로 뛰어올랐다.
영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여당인 보수당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과거 수압파쇄 공법에 대해 "인류에게 매우 즐거운 뉴스"라며 "어떤 돌도 파쇄되지 않은 채 놔두지 말라"고 했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이번 OGA 보고서가 나오자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압파쇄 공법에 대해 10년 가까이 반대 캠페인을 펼쳐온 환경단체와 지역 활동가들은 "상식의 승리", "환상적인 승리"라며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앞서 카드릴라는 2011년 영국 중서부 블랙풀 인근에서 처음으로 셰일가스 추출에 성공했지만 이후 2.3 규모의 지진이 감지되면서 중단했다.
영국 정부는 이후 18개월간 수입파쇄 공법을 이용한 셰일가스 개발을 전면금지했다가 이후 새 규제기준을 적용하는 조건으로 다시 허용했다.
영국 지질학계는 카드릴라가 채굴하고 있는 랭커셔주에만 2천300조 큐빅피트(cf)의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천년 이상 영국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 양이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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