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오사카에서 각각 1만명 운집…아베 개헌 구상에 반대
개헌 주장 단체는 서명 운동…자민당 주요 인사 전국 돌며 개헌 세몰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헌법을 공포한 지 73주년을 맞은 3일 도쿄 등 일본 각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일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는 개헌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헌법 관련 옥외 집회가 열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주최 측 추산 1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개헌 발의를 반드시 막자', '헌법 9조를 바꾸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아베 정권의 개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일본 헌법 9조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원히 포기한다는 내용과 육해공군을 비롯한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 헌법이 '평화 헌법'으로 불리게 한 핵심 조항이지만, 아베 총리는 9조 개정을 개헌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20년에 새로운 헌법을 시행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최근 개헌 논의에 부쩍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집권 자민당 주요 인사들은 개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방을 돌며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일 개헌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이 일본의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스기우라 히토미(杉浦ひとみ) 변호사는 "헌법을 바꾸면 일본이 어떤 상황으로 인해 전쟁이 말려들 경우 돌이킬 수 없다. 다 함께 일치단결해 힘을 내자"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서일본 중심 도시인 오사카(大阪)에서도 호헌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2천명이 오기마치(扇町) 공원에서 개최한 이 집회에는 '9조 개헌 스톱' 등의 문구가 쓰인 선전물이 등장했고, 참가자들은 '개헌 발의는 용서할 수 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 구상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 온 도쿄신문은 올해로 제정 100주년이 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거론하며 "민주적인 헌법이었지만 나치에 유린당했다"며 "그런 인류사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사설을 썼다.
이 신문은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는 개헌 논의에 헌법 9조뿐만 아니라 긴급사태 조항 신설까지 포함되고 있다고 지적하고서 "바이마르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는 현명함과 냉정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도 장외 활동을 벌였다.
NHK에 따르면 구마모토(熊本)시에서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구마모토현민의 모임'이 개헌을 지지하는 서명 활동을 벌였다.
우파 사관을 옹호하는 논조를 보인 산케이(産經)신문은 "헌법 9조가 일본의 평화를 지키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며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9조의 결함과 그 시정에 관해 정면에서 논의하면 좋겠다"고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활발하게 하라는 의견을 3일 지면에 실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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