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전략을 롤모델로'…"트럼프 '탄핵 매몰'에 공화당 시름"

입력 2019-11-05 03:30   수정 2019-11-05 10:40

'클린턴전략을 롤모델로'…"트럼프 '탄핵 매몰'에 공화당 시름"
클린턴, 탄핵-정책 이슈 분리로 '국정운영 매진' 이미지 부각 사례 대비
공화 상원의원들 "탄핵이슈 우리에 맡기고 대선국면서 정책 집중하라" 쓴소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빌 클린턴의 탄핵 대응 '투트랙 전략'을 벤치마킹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탄핵 전투'에 총대를 메고 직접 매달리고 있는데 대해 공화당 내 우려와 함께 전략 수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핵 이슈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정작 대선 국면에서 내세워야 할 굵직굵직한 어젠다들은 묻히고 온통 탄핵 전선만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4일(현지시간)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전투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데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주당의 탄핵 조사와 관련, 일상적인 대응은 의회에 있는 '우군'들에게 맡기고 정책 최우선 사항들에 집중하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촉구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백악관 회동에서 롭 포트먼(오하이오) 상원의원은 과거 1998∼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응 사례를 롤 모델로 삼으라는 조언을 내놨다고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젠다에 보다 더 집중하고 민주당의 탄핵 드라이브에 대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더 많은 부분을 맡기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은 탄핵 대응과 정책 어젠다에 대한 분리 전략을 최우선적으로 구사했다. 이를 통해 의회 내 당파적인 탄핵 싸움에도 불구, 여전히 국정운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보내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과 연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등을 통해 '폭풍발언'을 이어가며 '반(反) 탄핵' 전선의 전면에 서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백악관 회동 내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더힐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구사했던) 투트랙 전략이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며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차례에 걸쳐 '탄핵에 대해서는 우리가 걱정할 테니 당신은 당신의 직무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건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탄핵의 '늪'에 빠지지 말고 '어젠다 파이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러한 상원 의원들의 인식은 일반 국민이 탄핵보다는 경제와 건강 보험, 국가 안보와 같은 이슈를 더 신경 쓴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민주당 탄핵 추진의 발단이 된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노변정담'(爐邊情談) 형식으로 전 국민 앞에서 생방송으로 낭독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 데 대해서도 공화당 내에서는 부정적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탄핵 바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그보다는 TV 생중계를 '대선 전 감세 단행' 등 정책 홍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7월 25일 통화 녹취록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며, 이를 공개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수차례에 걸쳐 자화자찬했다고 더 힐이 전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지난 몇 주간 탄핵 문제에 파묻혔던 정책 이슈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상원의원들의 의견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의원들은 특히 탄핵 전투 와중에 국방수권법안 및 예삭 지출 법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좌절하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문제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이들 법안과 관련한 정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탄핵에 매몰돼 있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며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그 무리와는 달리 미국 국민에게 한 약속에 대해 집중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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