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증인 불러야할 이유 없다"…하원 정보위원장 "조사 방해"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민주당이 이끄는 하원의 증언 요구에 백악관 관리 4명이 불응했다.
탄핵조사를 진행하는 하원은 비공개 증언에 이어 조만간 공개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백악관은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다툼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CNN에 따르면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날 백악관 관리 4명에게 증언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증언 대상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보좌관인 로버트 블레어를 비롯해 백악관 법률부고문이자 국가안보회의(NSC) 수석변호사인 존 아이젠버그, NSC 차석 변호사 마이클 엘리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브라이언 매코맥 천연자원·에너지·과학 담당 부국장이다. 블레어와 매코맥에게는 소환장도 발부됐다.
하원은 의회기 이미 승인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집행을 왜 백악관이 보류했는지에 대해 증언을 들을 계획이었다.
멀베이니의 최측근인 블레어는 OMB 국장이던 멀베이니가 올 1월 비서실장 대행을 맡자 그의 보좌관으로 옮기기 전까지 OMB에서 국가안보 프로그램 부국장으로 일했다.
릭 페리 에너지장관의 비서실장 출신인 매코맥은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취임식 때 방문한 미 대표단을 이끌었다.
아이젠버그는 탄핵 추진 발단이 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와 관련, 녹취록 처리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앞서 하원에서 증언한 백악관 소속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아이젠버그를 만나 문제의 통화에 우려를 표명했고, 이후 아이젠버그는 통화기록을 극소수 인사만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서버로 옮기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아이젠버그는 통화 문제를 엘리스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석 거부는 조사에 협조하지 말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소환에 따르기를 거부한 것은 조사 방해의 증거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WP는 OMB 국가안보 프로그램 담당 부국장인 마이클 더피도 5일 예정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OMB 국장 대행인 러셀 보우트 역시 향후 의회의 증언 요청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P는 OMB의 비협조적 태도는 "우크라에 대한 압박과 지원을 연계하려는 트럼프의 시도를 알기 어렵게 해 민주당의 조사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멀베이니의 협력자들은 민주당의 탄핵조사 진행을 방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다른 관리들이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압박 동기에 의문을 표시하는 증언을 한 이후 백악관 예산 책임자와 여타 보좌관들이 "방화벽을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녹취록을 읽으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내가 말한 것은 완벽하게 언급돼 있다. 내 말과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증인들을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또다른 민주당 사기"라며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충성파들이 하원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원회에 나와 증언하기를 거부하면서 백악관과 의원들 사이에 조사 수행 권한을 놓고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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