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연, '지반열 진공챔버' 시연…"달 탐사 대비" (종합)

입력 2019-11-05 12:41  

건기연, '지반열 진공챔버' 시연…"달 탐사 대비" (종합)
3D 프린팅 기술 시연…이틀 안에 30평 규모 주택 완성 목표


(고양=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수백℃의 일교차가 발생하고 기압이 매우 낮거나 진공에 가까우면서도 미세먼지가 날리는 달 표면 같은 극한 우주환경을 지상에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 마련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은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연구원에서 극한 건설기술 연구를 위한 미래융합관 개관식을 열고 달 표면 환경을 재현한 세계 최대 규모 '지반열 진공챔버'를 공개했다.
건기연은 '지반열 진공챔버'는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되는 기술과 장비 등을 우주와 비슷한 환경에서 검증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장비로 달 환경을 그대로 모사했다고 설명했다.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진공상태에서만 작동이 가능한 지금까지의 진공챔버와 달리 지반열 진공챔버는 실제 달 표면처럼 월면토(달 표면의 흙)가 쌓여있고, 최저 영하 190℃에서 최고 영상 150℃까지 일교차를 진공상태에서 구현할 수 있다.
지반열 진공챔버는 부피 약 4.7㎥, 무게 100t의 거대한 풍채를 자랑했다. '삐이 삐이'하는 경고음과 함께 '지반열 진공챔버'의 철문이 열리자 높이 2.5m, 무게 2.5t의 은색 컨테이너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기연 연구원은 2m 깊이로 복제 월면토를 채운 컨테이너 위에서 로버를 작동시켰다. 달 표면을 탐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로버가 월면토 위를 움직이자 컨베이어벨트 같은 로버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지반열 진공챔버의 컨테이너가 2m 깊이인 이유는 건기연이 개발한 시추기로 달 내부에 얼음이 있는지 향후 실험하기 위해서다.
이장근 건기연 미래융합연구본부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시추 개발 경쟁이 활발하다"며 "건기연은 시추기를 개발해 향후 달의 내부를 시추하고 샘플링해 달이 정말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얼음의 양은 얼마인지 실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기연이 1차 개발한 시추기는 아직 50cm의 지면만 뚫을 수 있다. 건기연은 최근 시추기를 보완 개발해 2차 시추기를 완성했고, 현재 남극 장보고 기지에서 건기연 연구원들이 시추기로 얼음을 뚫는 실험을 하고 있다.
정확한 달 연구를 위해 최대 1m의 깊이 측정이 필요하다는 NASA의 연구에 따라 건기연도 1m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시추기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장근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실제 달로 장비와 기기를 쏘아 보내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며 "달과 가장 비슷한 인프라를 구축해 장비를 시험하고 검증한 뒤 실제 달에 보내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지반열 진공챔버를 활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승헌 건기연 원장은 "NASA는 실제 달에 기기를 보냈을 때 달에 있는 미세먼지 때문에 장비 고장을 자주 겪었다"며 "지반열 진공챔버로 그런 문제들을 미리 시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NASA나 외국 기관에서도 자신들이 개발한 여러 장비나 공법들을 건기연 지반열 진공챔버에서 시험하고 싶다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건기연은 또 미래융합관에 '지반열 진공챔버' 외에 모의 극한 지형 실험실, 건설재료 3D(3차원) 프린팅 실험실, 인공지능(AI) 및 영상 처리 실험실 등 우주 건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래융합관에서는 국토교통부 지원으로 건기연이 개발, 제작한 무게 4.5t, 초당 40㎝ 속도로 작업할 수 있는 건설용 3D 프린팅 장비도 선보였다.
주기범 건기연 건설 3D 프린팅 연구단장은 "3D 프린팅 기술로 30평 규모의 단층 주택을 짓는데 현재는 5일이 걸린다"며 "내년 초까지 이 시기를 이틀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건기연의 3D 프린팅 장비는 들고 다니며 현장에서 바로 건설 장비를 출력할 수 있다. 건기연 측은 2021년 부산 에코델타시티(EDC)에서 유선 벽체의 소형 건축물을 만들어 테스트베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한승헌 원장은 "선진국은 우주 기술 개발로 과학 기술 혁신을 선도했다"며 "건기연은 우주라는 초극한 환경에서도 건설 가능한 기술 개발과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건설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jung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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