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에 대한 폭력과 편협, 멸시가 설 자리 없어" 강조
분리독립 시위대, 국왕 사진 불태우며 시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 추진 시위 와중에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했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전날 저녁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지로나 공주 재단'(Princess of Girona Foundation) 청년공로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펠리페 6세 국왕은 카탈루냐어 연설을 통해 스페인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카탈루냐 지방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현실에 있어 다른 이에 대한 폭력과 편협, 멸시 등은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해 최근 카탈루냐 지방의 시위가 과격화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왕위 계승자인 레오노르 공주는 카탈루냐어와 스페인어로 연설을 진행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레오노르 공주는 부모로부터 카탈루냐의 역사와 문화를 교육받았으며, 카탈루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바르셀로나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펠리페 6세 국왕과 부인, 두 명의 공주 등 왕실 가족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스페인 국왕은 카탈루냐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등의 글귀 등을 내보이는 한편, 국왕의 사진을 불에 태우기도 했다.
스페인 경찰은 1천명 이상의 경찰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는 10일 총선을 앞둔 가운데 국왕 가족의 카탈루냐 지역 방문은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일부에서는 국왕 가족의 방문이 총선 선거운동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이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왕 가족이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지난 3일 저녁 2천명의 시위대는 가족이 묵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 호텔 주변에서 냄비 등을 두들기며 행하는 항의 시위인 '카세롤라다'(cacerolada)를 펼치기도 했다.
스페인 대법원이 지난달 14일 2017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다가 투옥된 자치정부의 전 지도부 9명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하자 이들의 석방과 카탈루냐의 독립 승인을 요구하는 시위가 카탈루냐 일원에서 격화했다.
이로 인해 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거나 시위 도중 체포됐다.
펠리페 6세 국왕은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 투표가 이뤄진 2017년 카메라 앞에서 불법 투표를 개최한 카탈루냐 지도자들을 비난하는 연설로 인해 미운털이 박혔다.
그는 당시 분리 독립 요구를 비난하면서 당국이 헌법적 질서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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