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사태 후 첫 '시위 지지' 공무원 기자회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5일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홍콩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가면 시위'가 벌어졌으며, 홍콩 공무원들은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삼수이포 지역에 있는 잉와 중등학교 학생 100여 명은 학교 정문 밖에서 가면을 쓰고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해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이들은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된 복면금지법을 비판하면서 경찰에 시위 폭력 진압과 비인도적 체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졸업식을 한 홍콩이공대학 졸업생들도 식장 밖에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정부가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해 왔다.
이날 5개 중등학교에서 모인 70여 명의 학생이 카오룽퉁 전철역에서 라살레 중등학교까지 마스크를 쓰고 행진하는 등 이날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복면금지법과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여한 한 13살 학생은 "무리를 지어 마스크를 쓰고 걷기만 해도 불법집회 혐의로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체포되는 것이 두렵지만, 이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성적이고 평화적으로 싸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중등학교 학생들은 이날 치러진 중간고사 시험 시간에 저항의 표시로 마스크를 쓴 채 시험을 보기도 했다.
이날 저녁 많은 홍콩 시민은 침사추이 등에서 가면이나 마스크를 쓴 채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복면금지법을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천 홍콩달러(약 37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편 소방, 이민, 세관, 노동 분야 공무원 4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 등을 비난하며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했다.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공무원들이 시위 지지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쓰고 기자회견을 한 이들은 "시민의 공복인 우리는 경찰의 폭력에 눈 감고 있을 수 없다"며 "제복을 벗으면 우리도 홍콩 시민의 일원이기 때문에 오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소방 분야 공무원은 "경찰은 우리의 응급구조 활동을 방해하고, 소방 공무원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우리가 부상자들을 도우려고 할 때 경찰은 우리를 저지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경찰은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체포했고, 경찰의 구타로 실신한 시민을 응급구조원이 도우려고 할 때 이를 저지했다.
더구나 이달 2일에는 시위 현장의 불을 끄려고 진입하는 소방차에 최루탄을 쏴 소방 공무원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기자회견 도중 마스크를 벗고 자신을 노동부 공무원이라고 밝힌 마이클 응간은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폭력 행사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경찰을 옹호하는 정부는 이 원칙을 지킨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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