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새 국면…정적인 부통령이 지휘관 맡아

입력 2019-11-06 17:03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새 국면…정적인 부통령이 지휘관 맡아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마약과의 유혈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와 관련한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대립각을 세우던 야권 지도자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이 전쟁의 공동 지휘관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하기 때문에 정치색이 다를 수 있다.
6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로브레도 부통령을 '마약퇴치 범정부 위원회'(ICAD)의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통보했고, 로브레도 부통령이 6일 전격 수락했다.
ICAD는 마약사범 단속과 처벌, 마약 예방 캠페인, 재활 등 마약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기구로 마약과의 전쟁 사령탑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파격적인 제안은 로브레도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마약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은 직후 나왔다.
이 때문에 로브레도 부통령 측근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제안을 '덫'이라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로브레도 부통령은 "한 명의 무고한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시도해봐야 한다"면서 예상을 뒤집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제안을 전격 수락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나는 무고한 죽음과 공직자의 직권남용에 반대한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내가 이번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침묵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 1일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올해 7월까지 경찰과의 총격전 등으로 숨진 사망자가 공식 발표된 것만 6천847명이다.
인권단체들은 용의자를 재판 없이 사살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으로 인해 실제 사망자가 2만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마약과의 전쟁에 대립각을 세우던 로브레도 부통령은 최근 부패한 경찰관에 의해 압수한 마약을 밀거래하는 행위가 여전히 성행한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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