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영어민간시험 보류에 문부과학상 경질 요구…아베 거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각료 2명이 비위 의혹에 휩싸여 사임하고 측근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야당이 공세에 나섰다.
앞서 적재적소(適材適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씀) 원칙에 따라 개각했다고 주장하던 아베 총리는 자신의 책임을 거론하며 사과하는 등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6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이 사임한 것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비판이 이어졌다.
두 각료의 사임 및 대학 입시 영어 민간시험 도입에 따른 기회의 차별을 당연시하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교육부 장관 역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뒤 처음으로 아베 총리가 출석한 가운데 공개회의가 열려 임명권자의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NHK에 따르면 와타나베 슈(渡邊周) 국민민주당 의원은 아베 총리가 이번 내각을 '안정과 도전의 내각'이라고 규정한 것을 염두에 두고 "안정과 도전의 안정이 손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토 와타루(伊藤涉) 공명당 의원은 "거듭된 태풍 피해 속에 필사적으로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일어서려고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며 "두 각료의 사임이라는 이번 사태는 분노를 넘어 기가 막히며 정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내가 임명한 대신(장관에 해당)이 불과 한 달 사이에 잇따라 사임하는 사태가 된 것은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며 임명한 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라노 야스토(浦野靖人) 일본유신회 의원은 "정부가 더 엄중하게 옷깃을 여미는 것은 당연하다. 각료의 잇따른 사임이라는 이상(異狀) 사태를 부르고 임명 책임을 말하려면 (국회를) 해산해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추궁했다.
아베 총리는 "행정 분야에서 하나 하나 과제의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며 해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약속한 것과 정책 실현을 위해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해산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영어 민간 시험에 관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결국 시험 보류를 결정한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을 경질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무소속 이마이 마사토(今井雅人) 의원은 영어시험 도입 보류 결정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하며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에 관해 "앞으로도 확실히 직책을 수행하면 좋겠다"며 경질을 거부했다.
두 각료가 사임해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하기우다 문부과학상까지 사임하면 아베 정권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 역시 "내가 완수해야 할 책임은 연기한 시험제도를 갈고 닦는 것이다. 모든 힘을 다해 임하겠다"며 사임을 거부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9월 11일 개각을 단행해 각료를 대거 교체했는데 경제산업상으로 처음 입각한 스가와라가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 달 반 만에 사직했다.
스가와라가 사임한 지 6일 후에 법상이던 가와이는 부인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자민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역시 사임했다.
스가와라가 사임하기 전날인 지난달 24일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위성방송에 출연해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던 대입 영어 민간 시험에 관해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여러 번 시험을 쳐서 워밍업을 하는 식의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신분에 맞게 두 번을 제대로 골라서 노력하면 (된다)"고 말해 불평등을 당연시한다는 지적을 샀다.
하기우다의 발언은 영어 민간시험의 문제점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고 그는 이달 1일 이 시험의 시행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