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우린 미국처럼 소란 피우지 않아" 깜짝 발표
아내 IS정보 제공중…"터키, 시리아 침공 정당화하려 가족체포"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하채림 기자 = 터키가 수니파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수괴의 누나를 생포했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첫째 아내의 신병을 작년에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군 특수작전으로 제거된 IS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아내를 억류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은 바그다디가 터널에서 자폭했다고 밝히고 이와 관련해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는 사실인데 우리는 알바그다디의 아내를 체포했지만, 미국처럼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바그다디의 아내'를 체포한 시기와 장소 등은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뒤늦은 공개' 이후 익명을 요구한 터키 당국자는 작년 6월 2일 터키 남동부 하타이주(州)에서 IS 조직원 검거 작전으로 알바그다디의 첫째 아내 아스마 파우지 무함마드 알쿠바이시와 딸을 붙잡았다고 AP통신 등 외신에 말했다.
터키 당국이 알바그다디의 딸로 파악한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레일라 자비르라고 진술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터키는 이라크로부터 알바그다디의 유전자(DNA) 대조 샘플을 제공받아 자비르가 그의 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은 현재 터키의 한 수용소에 억류됐으며, 알바그다디의 아내는 자발적으로 남편과 그의 측근에 관해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고 이 당국자는 소개했다.
알바그다디의 아내는 4명으로 알려졌다.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첩실을 제외하고 4명까지 정식 아내를 둘 수 있다.
알바그다디의 친척 무함마드 알리 사지트는 최근 아랍권 채널 알아라비야 TV와 한 인터뷰에서, 작년 여름에 알바그다디를 만났을 때 그의 아내가 4명이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터키 당국이 신병을 확보했다고 주장한 여성 외 기존에 정보가 알려진 알바그다디의 아내는 3명이다.
이름이 '누르' 또는 '누리'인 이라크인 아내는 측근 아부 압둘라 알주바이에의 딸로 알려졌다.
또다른 이라크인 아내 사자 알둘라이미는 2014년 레바논에서 체포됐으나 이듬해 레바논과 알카에다의 죄수 교환으로 풀려났다. 둘라이미는 2009년 임신한 상태로 알바그다디로부터 도망쳤다고 한다.
2015년에는 10대 독일인이 알바그다디와 결혼했으나 역시 1년 후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터키 당국은 이달 4일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주(州) 아자즈에서 알바그다디의 누나인 라스미야 아와드와 그의 가족을 체포했다고 공개하면서, 아와드를 '정보의 노다지'라고 표현했다.
알바그다디가 미군 작전으로 제거된 직후 터키가 잇달아 그의 가족을 체포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그 경위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 라흐만 대표는 터키 당국이 아와드의 소재를 오랫동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아와드가 붙잡힌 아자즈는 2016년 터키의 군사작전 이래 터키군이 강력하게 통제하는 곳이다.
터키가 뒤늦게 알바그다디 가족의 '체포 사실'을 공개하거나 체포에 나선 것은 시리아 내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역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과 dpa통신 등 외신이 분석했다.
터키는 IS 소탕 등 대(對)테러전을 구실로 쿠르드 세력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라흐만 소장은 "앞으로 몇 주간 터키 당국의 IS 조직원 생포 발표가 더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면서 "의도는 터키가 대테러전을 활발하게 펼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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