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대적 선전 2달 지났어도 수입 희망업체 '제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이 미국산 옥수수를 대거 수입하기로 했다"며 대대적으로 큰 소리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수입을 희망하는 일본 업체는 여전히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당시 "일본 기업이 국내산 옥수수의 해충피해 대책으로 구입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긴급수입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정작 일본기업들은 "미국산 옥수수는 용도가 달라 수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국 정상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한 일본의 미국산 옥수수 수입발표가 공중에 뜬 모양새지만 일본은 향후 미국과의 외교무대에서 거론될 것을 우려, 이야기 자체를 아예 꺼리는 분위기다.
7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이 민간기업의 외국산 사료원료 수입시 보관료와 구입자금 금리 우대제도를 도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8월25일)로부터 2개월 이상이 지난 11월 5일 현재 이 지원제도 이용을 신청한 기업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프랑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미국 도처에 옥수수가 남아돈다. 일본이 잉여 옥수수를 모두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민간에서 긴급수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당시 관방부장관이던 니시무라 야스도시(西村康稔) 현 경제재생담당상도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해충피해로 공급부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기업이) 3개월분을 구입한다. 옥수수는 90%가 미국산이어서 미국산 옥수수 수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7월 이후 규슈(九州)지방을 중심으로 좀나방 유충에 의한 피해가 확인됐다. 농림수산성은 8월8일 민간기업이 외국에서 사료원료를 앞당겨 수입할 경우 보관료와 구매자금의 금리를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난 이달 5일 현재 이 제도 이용을 신청한 기업은 한 곳도 없어 '긴급수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좀나방 피해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은데다 일본에서는 옥수수 대와 알곡을 섞어 소사료로 쓰는데 미국산은 알곡만 있어서 혹시 필요하더라도 가공에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이다. 대형 종합상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국산 옥수수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산 옥수수는 미중무역전쟁으로 중국이 관세를 올리는 바람에 수출길이 막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옥수수 산지인 중서부 농가에 실적을 어필하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당시 미일무역협상이 마무리 단계여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확대에 의욕을 보이기 위해 수입우대제도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는 10월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과 (수입에) 합의하거나 약속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간기업이 해충피해대책으로 구입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내에서는 현재 "국내 수요가 없는 상황을 미국에 설명하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항의할 가능성이 있다"(경제부처 간부)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향후 외교무대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목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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