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 흔적 1천160만년 전 고대 원숭이 화석 발굴

입력 2019-11-07 14:19  

'직립보행' 흔적 1천160만년 전 고대 원숭이 화석 발굴
약 600만년 전 인류 조상 첫 직립보행 학설 '흔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의 조상은 숲에서 나와 들판을 똑바로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손을 자유롭게 쓰고 뇌용량도 커지며 두뇌가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팬지와 갈라져 '직립 보행'이라는 인류만의 특성을 형성한 시기는 약 600만년 전으로 추정돼 왔으며, 인류 진화 역사에서 분수령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보다 약 500만년 앞선 시점에 두 발로 서서 걸은 흔적이 있는 고대 원숭이 화석이 발견돼 인류의 직립보행 진화에 대한 기존 학설이 흔들릴 수도 있게 됐다.
독일 튀빙겐대학의 고인류학자 마델라이네 뵈메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바이에른주의 화석 매장지인 '해머슈미데(Hammerschmiede)'에서 발굴된 1천160만년 전 고대 원숭이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6일 발간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해머슈미데에서 발굴된 1만5천여점의 화석 중에서 '다누비우스 구겐모시(Danuvius guggenmosi)'로 명명된 고대 원숭이 화석 37점을 찾아냈다. 넓적다리(대퇴부)와 정강이, 아래팔(하박부), 척추, 손, 발 등 다양한 부위의 뼈 화석이 포함돼 있으며, 적어도 네 마리에게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가장 많은 뼈가 나온 수컷 D.구겐모시가는 키 약 1m에 몸무게는 31㎏ 정도로 침팬지의 일종인 보노보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척추와 다리 부위 뼈 화석을 통해 D.구겐모시가 두 발로 똑바로 서서 돌아다녔을 것으로 분석했다.
척추 뼈 형태는 길고 유연한 허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이런 허리 구조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할 때 상체의 무게를 엉덩이에 실어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무릎과 발목 뼈도 몸 전체의 무게를 다리로 지탱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볼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났다.
D. 구겐모시는 그러나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매달릴 수 있는 길고 강한 팔과 손, 발 구조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D.구겐모시가 숲속에서 나무에 매달리기도 하고 두 발로 걷기도 하는 등의 독특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D. 구겐모시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인류의 조상에 앞서 두 발로 걷는 원숭이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류의 조상이 '네발보행(knuckle walking)'을 하는 사람족(호미닌)의 침팬지와 갈라져 나와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는 기존 학설과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뵈메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다누비우스는 이족보행이 언제, 어디서, 왜 진화하게 됐는지를 극적으로 바꿔놓았다"면서 "유인원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뵈메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연구에 활용한 척추뼈가 길고 유연한 허리를 가졌다는 점을 확인할 만큼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과 뼈의 형태만으로 고대 원숭이의 움직임을 추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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