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증상이 심한 1형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최후의 수단은,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ets)'으로 알려진 췌장의 세포 클러스터(세포 덩어리)를 이식하는 것이다.
세포가 모여 섬처럼 보이는 랑게르한스섬은 하나의 내분비 조직으로 인슐린이나 글루카곤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혈당을 조절한다.
자가면역 질환으로 추정되는 1형 당뇨병은 랑게르한스섬의 베타 세포(인슐린 분비 세포)가 갑자기 파괴돼, 인슐린 분비량이 줄면서 고혈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베타 세포를 이식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복잡해, 성공률이 높지 않은 게 문제였다. 실제로 이식된 세포의 상당 부분은 원래 조직에 착근하지 못한 채 금방 죽는다.
스위스 제네바대 과학자들이 양막 상피세포(amniotic epithelial cells)를 이용해, 이식 세포가 훨씬 더 많이 살아남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살아남은 이식 세포는 신속히 인슐린을 생성해 제 기능을 발휘했다.
연구를 주도한 제네바대(UNIGE) 의대의 에카테리네 베리스흐필리 연구원은 관련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한 명의 1형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려면, 여러 명의 기증자가 필요할 만큼 랑게르한스섬 세포의 이식은 까다롭다.
연구팀이 찾아낸 해결책은, 췌장의 인슐린 세포를 이식할 때 양막 상피세포(amniotic epithelial cells)를 추가하는 것이다.
임신 초기에 형성되는 양막은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안에 양수가 차 있어 외부 충격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한다. 양막 상피세포는 줄기세포와 비슷한 특성을 가져, 이미 각막 손상 등의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선 양막 상피세포가, 체내 혈당 수치의 등락에 맞춰 인슐린 생성을 조절하는 베타 세포의 기능을 촉진한다는 걸 확인했다.
시험관에서 배양한 췌장 세포들은 양막 상피세포를 추가하자 매끈한 구체를 형성했다. 이들 세포 사이의 신호 교환과 연결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뇨병이 생긴 생쥐에 랑게르한스 '슈퍼 섬(super-islets)', 즉 양막 상피세포가 추가된 췌장 세포군을 이식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슐린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UNIGE의 파니 레브레톤 연구원은 "몇 개 안 되는 '슈퍼 섬' 클러스터만 있어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신속히 새 혈관을 생성한다"라고 전했다.
어떤 이식이든 새 혈관이 잘 만들어지는 게 핵심 요소다. 혈관이 생겨야 새 기관에 산소와 영양분이 원활히 공급돼 생존이 보장된다.
양막 상피세포는 또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두 가지 요소와 관련해 이식 세포에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는, 많은 이식 세포의 죽음을 가져오는 산소 결핍이고, 다른 하나는, 이식받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조절해 거부반응을 줄이는 것이다.
양막은 산모의 면역 공격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메커니즘이 '슈퍼 섬' 세포의 이식에도 작동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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