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할 유니콘기업 없는 韓, 경직된 규제·재벌중심 체계 바꿔야"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한국은 폴더블폰을 양산하고, K-팝과 화장품으로 각광받는 등 기술부터 문화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불필요한 규제에 갇혀 이렇다 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배출하지 못하는 등 혁신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K-팝의 나라 한국은 어떻게 혁신에 실패하고 있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이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혁신이라는 흐름에 있어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주위를 둘러보라. 한국의 우버는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모바일 결제부터 자산 관리까지 아우르는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에 근접한 기업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 태동한 소수의 유니콘 기업들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한국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한국보다 더 규모가 큰 스타트업을 배출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통신은 상황이 이런 까닭에,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3년 동안 120억 달러의 자금 투입을 약속하는 등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한국이 이런 처지에 놓여 있는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해 규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니콘 기업들은 보통 법적으로 모호한 환경에서 사업을 하고, 세계 곳곳의 차량호출 서비스 회사들은 지역사회의 공고한 이해관계에 부딪혀 씨름을 하기 마련이지만, 한국은 이런 일반적인 관행에서도 크게 벗어나 있다고 블룸버그는 주장했다.
지난 달 검찰이 한국판 우버에 해당하는 '타다'의 이재웅 대표를 불법 영업 혐의로 기소한 것에서 보여지 듯, 한국은 노동 분쟁에 있어 회사 대표들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조라는 것이다.
통신은 한국 정부가 이재웅 대표의 기소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지만, 변화에는 주저하고 있다고 봤다.
가령 카카오뱅크나 K뱅크 등 갓 태동한 핀테크 기업에게도 기성 은행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금조달 능력이라는 장애물을 세워놓음으로써 제대로 된 경쟁 자체를 막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시각이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끈 요인 중 하나인 재벌 개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감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경제 둔화에 직면한 정부는 제멋대로 사업을 확장하는 족벌 기업들을 정비하는 대신에 일자리와 투자를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 블룸버그에 "독점적인 계약 덕분에 재벌은 생산과 공급망에 있어 이윤을 쥐어짤 수 있으며, 이는 한국 회사들의 혁신 의지와 능력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벌과의 은밀한 관계에 대한 수사 끝에 탄핵당한 전임 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 사이의 정책 차이를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통신은 그동안 한국의 경제 성장 비법은 생산공정의 혁신이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며 커넥티드 카, 기술 주도형 금융 등이 갖춰진 공유 경제가 대세인 만큼, 유니콘을 억누르는 경직된 규제와 융통성 없는 재벌 체계에서 이들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후룬리포트가 지난 달 공개한 '2019년 후룬 유니콘 순위'에 따르면 세계 유니콘 기업은 494개로 중국이 가장 많은 206개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203개로 뒤를 이었고, 인도(21개), 영국(13개), 독일(7개), 이스라엘(7개), 한국(6개), 인도네시아(4개), 프랑스(4개)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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