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나토, 협력 필요하지만 역할 잘해와"…마스 외무 "나토 뇌사 믿지않아"
獨 방문 폼페이오 "양안관계가 장벽붕괴에 역할…나토, 역사적 파트너십"
마크롱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서 "유럽, 美에 더 의존 못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의 미국 역할을 비판하면서 "나토가 뇌사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반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대서양 양안 동맹은 필수적이고 나토는 많은 영역에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에 문제가 있고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메르켈 총리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나토는 강하고, 수십 년 동안 지내왔던 것보다 현재 더 결속돼 있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독일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도 양안 관계의 협력이 30년 전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현재도 협력이 여전히 중요하다면서 나토의 역할을 강조했다.
AP 통신과 dpa 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동서독 분단시절 동독과 서독으로 마을이 갈린 뫼들라로이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베를린 장벽 붕괴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동독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라이프치히의 성 니콜라이 교회를 방문해 "나토가 기록된 모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스 장관도 "나토가 뇌사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국제적인 협력을 확고히 믿는다"고 말했다.
마스 장관은 또 미국이 독일 통일에 기여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미국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통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리더십 부족이 나토의 뇌사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 사이에서의 전략적인 결정에 대해 어떤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유럽은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냉전시대 자신이 복무했던 독일 남부의 미군기지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그는 당시 전차부대 소대장으로 복무했다.
그는 트위터에 "냉전시대 동서독으로 나뉘었던 '작은 베를린'인 뫼들라로이트에 오게 돼 고무됐다. 30년 전에 독일 친구들과 이곳에서 복무했다"면서 "오늘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들의 미래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극우주의자에 의한 유대교 회당 총격 사건이 벌어진 독일 동부의 할레를 방문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베를린에서 메르켈 총리와 회담을 한다.
그는 독일의 국방비 지출 확대와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에서의 화웨이 배제를 요구하고, 러시아와 독일 간의 천연가스 연결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그는 또, 분단 시절 베를린을 방문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 제막식에도 참석한다.
미국 측은 동상을 애초 베를린 시내에 세우려 했으나, 베를린 시 당국이 협조를 하지 않아 미 대사관 경내에 세웠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일 행사가 열리기 전에 독일을 떠날 예정이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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