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신문 "한국, 반도체 소재 '탈일본' 쉽지 않다" 주장

입력 2019-11-08 11:40   수정 2019-11-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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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신문 "한국, 반도체 소재 '탈일본' 쉽지 않다" 주장
니혼게이자이 "관계 악화때마다 봐온 정책 '용두사미' 많았다"
"한국 대기업 간부들, '최고·최적 찾는 국제분업이 합리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한국 정부가 첨단 부품·소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8일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소개하면서 일본 정부가 7월 반도체 주요 소재 수출을 규제한 데서 보듯 일본이 중요한 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새삼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과거에도 양국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여러 차례 부품·소재 국산화를 추진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 언론이 지난달 15일 "LG디스플레이, 불화수소 100% 국산화 완료"라는 기사를 쏟아냈다며 "일본 의존 탈피"를 환영하는 논조가 잇따랐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LG디스플레이가 제조공정에서 사용한 건 수출규제 대상이 아닌 저순도 불화수소를 가공한 에칭가스라며 그간 일본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왔지만 물류 효율화를 위해 원료인 저순도 불화수소를 일본에서 수입, 한국에서 에칭가스로 가공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준비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부터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관계자를 인용, "가공을 한국에서 하는 것으로 바꿨다는 의미에서는 국산화지만 원재료는 일본제"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일본에 의존하는 10개 품목을 전략품목으로 지정, 5년 이내에 '일본의존 탈피'를 목표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매년 1조원의 예산을 투입,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3개 품목을 포함한 20개 품목은 1년 이내에 일본 이외의 국가로 조달처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 신문은 그러나 이런 정책에는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고 썼다. 한국 정부가 2001년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을 처음 발표한 이래 2016년까지 4차에 걸쳐 이런 계획을 발표했고, 이번 계획도 예산 규모와 대상 품목은 다르지만 기본은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이 부품·소재 국산화를 들고 나올 때는 언제나 일본과의 관계가 긴장된 때였다면서 2009년 2차 국산화 계획을 발표한 이명박 정부는 대일무역적자 축소가 큰 정치적 과제였고, 3, 4차 계획을 마련한 박근혜 정부때도 위안부 문제 등으로 대일관계가 악화했을 때라고 지적했다.
부품·소재의 대일무역적자는 작년 151억 달러를 기록, 242억 달러로 정점에 달했던 2010년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일본 의존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유력 한국 전기전자업체의 한 간부는 "일본은 품질, 가격, 납기 등 모든 걸 충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다. 그는 "한국기업도 만들려고 하면 어떻게든 만들 수는 있지만 수율이 나쁘거나 상대적으로 비싸 채택하기 어렵다. 가격이나 납기도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구개발과 제품화 사이에는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높은 장벽이 있다. 그걸 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생산기술 프로세스에서 일본 기업이 앞서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려 해도 잘 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재벌을 끌어들여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조달까지 약속하게 함으로써 이번에는 국산화를 이루겠다며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0일 충남에 있는 디스플레이공장에서 중소기업과의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장으로 달려가 "특정국에의 의존도가 높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향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재벌의 속마음은 일본 부품·소재 메이커와의 거래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일본 의존의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국내 공급망을 인내심을 갖고 육성할 정도의 여유가 없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최고품질의 제품을 최적의 조건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국산화는 경제원리에는 맞지 않는다. 일본 등과의 국제분업이 합리적이다" 하는 말이 한국 대기업 간부들이 한 목소리로 털어놓는 속마음이라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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