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탄핵조사 촉발' 내부고발자 추정 인물 공개
추정 이름 담은 SNS 광고도 게재 …변호인 "신변 위험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이 탄핵조사를 촉발한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를 보장하는 법 정신에 어긋나는 행태로, 내부고발자 측은 신변 위험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7일(현지시간) 내부고발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이름을 밝힌 극우 매체 기사의 링크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그는 트윗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전부터 인터넷에선 내부고발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며, "그의 이름이 이미 수 주 동안 공공의 영역에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체할 텐가?"라는 다른 트윗을 올렸다.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로만 알려진 내부고발자는 지난 8월, 미 정보기관감찰관실(ICIA)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 나눈 통화 내용을 신고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을 수사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WP를 비롯한 언론과 미 당국자들은 보복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한 연방 법에 따라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비밀에 부쳐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그의 신원을 밝혀내려고 노력해왔으며, 트럼프 주니어의 트윗은 이런 상황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WP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조사 국면 초기부터 "나를 고발한 자를 만날 권리가 있다"며 줄곧 내부고발자 신원 공개를 요구해왔다.
그의 측근인 랜드 폴(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주요 언론들이 내부고발자 이름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의원들도 이를 뒷받침했다.
내부고발자를 '아우팅'(강제 노출)하려는 시도는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에서도 본격 점화됐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페이스북에 내부고발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이름을 담은 광고까지 내보냈다. 이 광고들은 6일 페이스북이 제거하기 전까지 조회 수가 수십만 회에 이르렀다.
내부고발자 측 변호인은 "내부고발자로 의심되는 그 어떤 사람의 이름이라도 알려지면 그 사람과 가족은 심각한 피해를 볼 위험에 처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페이스북 측은 현재 관련 광고를 제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우익 매체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OANN) 소속 잭 포소비엑은 내부고발자가 의혹을 제기한 지 2주 후인 지난달 3일, 그로 추정되는 자의 이름을 트위터에 올렸다.
극우 탐사보도 매체 '리얼 클리어 인베스티게이션'에 해당 인물이 내부고발자인 근거를 상세히 게재해놓은 기사가 올라오자,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이름에 대한 언급이 급증했다.
지난주에는 24시간 동안 이 인물의 이름이 15만개가 넘는 트윗에 언급됐다고 WP는 전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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