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철강사 인수계약 취소 이후 협상 평행선…총리, 소송 언급
사측 "수익 유지 위해 5천명 감원해야"…伊 "고용 감축 불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이 이탈리아 철강사 인수 포기를 선언한 뒤 이탈리아 정부와 해당 기업 간 갈등이 증폭되며 법적 소송으로까지 갈 조짐을 보인다.
8일(현지시간) ANSA·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아르셀로미탈이 인수 포기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뒤 기업 관계자와 접촉해 계약 유지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셀로미탈은 작년 11월 이탈리아 철강사 일바의 타란토제철소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탈리아 의회가 최근 환경 관련 법적 면책 기간을 부여하는 정책을 폐기하자 지난 4일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6일 아르셀로미탈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법적 면책을 부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수 포기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아르셀로미탈은 현 상태에서 타란토제철소의 사업성 부족 등을 거론하며 결정을 번복할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아르셀로미탈은 제철소 수익성 확보를 위해 5천여명의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조건을 내걸어 이탈리아 정부를 당혹게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고용 감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일바의 타란토제철소는 고용 규모 8천여명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큰 제철소 가운데 하나다. 이외에 북부 항구도시 제노바 등의 소형 제철소까지 합하면 고용 인원은 총 1만1천명에 달한다.
결국 아르셀로미탈의 제안은 일바 전체 고용 인원의 절반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아르셀로미탈과의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자 이탈리아 정부 내에서는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법적 다툼으로 간다면 우리 모두 패자가 될 수 있다"며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희망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는 세기의 법적 분쟁이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마지막 카드로 국유화 옵션도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콘테 총리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파올라 데 미켈리 인프라 장관도 "어떤 상황이라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이 최종 실패할 경우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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