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연금 관련 회의서 나온 비판적 견해 반영 안 해 논란
"관료의 눈치보기…공문서관리법 위반" 지적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 방침에 대한 전문가의 문제 제기 발언이 의사록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비판을 봉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도쿄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고령자 연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8월 열린 전문가 회의인 '전 세대형 사회보장 검토회의'에서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이 일본 정부의 방침에 대한 이견을 표명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회의록에 기재하지 않았다.
일정액 이상의 소득이 있는 일하는 고령자의 연금을 줄이는 '재직노령연금'이 '고령자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며 폐지 혹은 축소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 방침이었는데 나카니시 회장이 이런 방침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의하면 나카니시 회장은 "경영자가 보기에는 (재직노령연금이 일하는 고령자의) 의욕을 감소시키는 것은 없다"며 이견을 표명했으나 나중에 공개된 의사록에는 이런 발언이 담기지 않았다.
의사록에는 재직노령연금에 관해 '재원 문제도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이 나카니시 회장의 발언으로 기재됐다.
정부 계획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기록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자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전세대형사회보장개혁담당상은 게이단렌 사무국의 양해를 얻어 처리한 것이라고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해명했다.
이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개최한 회의에 참석한 검토회의 사무국 담당자는 게이단렌 측에서 나카니시 회장이 제기한 이견을 의사록에 넣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왜 그런 요청을 하느냐'고 의도를 묻자 게이단렌 측은 결국 '원래대로 해도 된다'며 정부의 뜻에 따랐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나카니시 회장은 의사록에 기재된 내용을 수긍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렇다"고 반응하는 등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사무국 측은 회의 내용을 검증할 녹음조차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이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문서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야마노이 가즈노리(山井和則) 의원은 "(재직노령연금 제도) 재검토의 근거가 이 한마디로 완전히 무너졌다. 난처한 발언이라서 고쳤다"고 지적했다.
도쿠나가 에리(德永エリ) 국민민주당 참의원 의원은 "정책 결정 과정에 관련된 발언 내용을 가능한 한 기록에 남기는 것이 공문서의 원칙이며 (나카니시 회장의 발언을 제외한 것은) 공문서관리법 위반 행위 아니냐"고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정부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齊藤哲夫) 간사장은 일반론이라고 전제하고서 "심의 내용을 가능한 한 전하고 논의가 더 반영될 수 있는 의사록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문서 관리 문제에 밝은 세바타 하지메(瀨畑源) 세이조(成城)대 비상근 강사는 나카니시 회장의 발언이 기재되지 않은 것이 "관료가 눈치 보기를 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한 눈치 보기"라고 논평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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