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사배 태권도대회 결선에 브루나이팀 첫 참가
딸 셋 키우며 국제심판, 도시락 가게까지…"수면시간도 아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브루나이에 딱 2년만 태권도 국가대표팀 코치로 있어 보려 했는데 벌써 20년이 다 됐네요."
김병희(43) 브루나이 국가대표팀 코치는 10일 '2019 대한민국 대사배 태권도 대회' 세계 결선 참석 전 가진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코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취미로 시작, 은광여고 시절 처음 출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용인대, 춘천시청 선수 생활 동안 수많은 메달을 땄다.
그는 이규석 아시아태권도연맹 사무총장(현 회장)의 추천으로 2001년 1월부터 브루나이 태권도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김 코치는 "좋은 기회라고 해서 '가겠다'고 먼저 답하고 브루나이에 대해 찾아보니 국왕이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라서 한국과 너무 달랐다"며 "취소가 안 된다고 해서 2년만 있으려 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웃으며 말했다.
브루나이에는 1980년대에 태권도가 전파됐으며, 현재 초·중·고생을 중심으로 태권도 인구는 1천명 정도, 도장은 15개 정도이다.
브루나이의 한국인 태권도 사범은 10여년간 김 코치 혼자였고, 한국 남성 코치 1명이 5년간 가르치다 귀국하고, 올해 초 또 다른 남성 코치 1명이 국가대표팀 공동 코치로 나왔다.
브루나이 태권도 국가대표팀은 총 30명인데, 70%가 학생이고 30%가 직장인이다.
이들은 한국과 달리 국가대표팀이지만 태권도만 하는 게 아니라 각자 공부하고, 회사에 다니며 저녁 시간에 훈련한다.
김 코치는 "태권도가 정말 좋아서 시간을 쪼개 훈련하는 선수들"이라며 "대학에서 태권도 특기생을 선발하지 않기에 공부하느라 운동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태권도를 브루나이에 '생활체육'으로 정착시키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브루나이 한국대사관과 협력해 처음으로 대사배 태권도대회를 열어 350여명의 출전자 가운데 최우수 선수 3명을 선발했다.
김 코치는 이날 오후 선수 3명을 데리고,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결선 출전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는 "대사배 대회에는 브루나이 선수들이 처음 출전하는 거라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나이 생활의 특징을 묻자 김 코치는 "한국은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브루나이는 조용하고 편안한 나라"라며 "현지인들은 있으면 있는 만큼, 없으면 없는 만큼 만족하며 산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라 전체에 술과 담배를 팔지 않고, 유해한 게 없다 보니 아이들 교육에는 최고"라고 꼽았다.
김 코치는 브루나이 남성과 결혼해 만 15세, 12세, 10세의 딸 세 명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게다가 2012년에 태권도 국제심판 자격증을 땄고, 2020년 도쿄올림픽 심판으로 뽑히고자 다양한 실적을 쌓고 있다. 이미 심판 후보 50명 안에 포함됐으며 이 중 30명이 최종 선발된다.
그는 올해 4월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영국), 7월 카뎃 선수권대회(우즈베키스탄)와 아시안컵(베트남), 9월 그랑프리(일본), 10월 소피아 그랑프리(불가리아)에서 심판으로 뛰었다.
김 코치는 "선수 생활을 해봤기에 불공정한 판정으로부터 선수들을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다"며 "사적 감정 개입 없이, 일관된 판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세 아이를 키우며 국가대표팀 코치와 국제심판은 물론 5년 전부터 한국 도시락·식료품점까지 운영해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라다.
그는 "하루에 4시간 반 정도 잔다. 할 일이 많아서 수면시간을 아낄 수밖에 없다"며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많고, 태권도 코치를 더는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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