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유럽과 '핵합의 구제' 협상 여전히 가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우라늄을 60% 농도까지 농축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주장하면서 "그러나 우라늄 농축 수준은 국가적 필요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제한한 이란의 농축 우라늄 농도는 3.67%이지만,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파기에 대응해 올해 7월 이를 4.5%까지 올렸다.
이란은 이달 6일 핵합의에 따라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한 포르도 시설의 원심분리기에 우라늄 기체(육불화 우라늄)를 주입하고 농축을 재개하면서 농도를 4.5%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4.5%는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봉으로 쓸 수 있는 산업적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LEU)으로 분류된다.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농도 90%의 고농축 우라늄(HEU)이 필요하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포르도 시설 가동으로 우라늄 농축 능력이 핵합의 이전의 87∼90% 수준을 회복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포르도 농축 활동을 감시해달라고 요청했고 IAEA가 10일 사찰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주 이란 당국이 IAEA 사찰요원 중 1명을 이란 나탄즈 농축 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데 대해서는 "문제가 된 사찰요원이 위험한 물질을 소지하고 시설에 들어가려다 탐지기에 감지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핵시설에 대한 의도적 공격행위를 당한 뼈아픈 과거가 있다"라며 "이란이 IAEA 사찰단의 면책권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호도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면책권은 개인 용도로 오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9년과 2010년 이란 남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스턱스넷'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로 공격당해,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이 공격의 배후가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는 또 "미국의 핵합의 파기와 유럽의 미준수에 대한 우리의 조처는 기술적 부문에만 제한하지 않고 모든 분야를 망라할 수 있다"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까지 고려한다"라고 경고했다.
핵합의 구제안 협상과 관련,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8일 경제협력기구(ECO) 회의 참석차 터키를 방문해 "6일 핵합의의 이행 범위를 줄이는 4단계 조처를 했지만 이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협상은 언제나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유럽)이 핵합의를 계속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도 이에 상응해 핵합의의 틀 안에서 이행 범위를 더 줄이겠다"라고 유럽 측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프랑스가 이란과 연락하면서 핵합의를 구제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협상과 상호 이해의 문을 계속 열어 두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파기에 맞서 올해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단계적으로 줄였다.
5월 이전까지 IAEA는 이란이 핵합의를 모두 지켰다고 분기별 보고서에서 확인했다.
이란은 이런 조처가 다른 서명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이란도 핵프로그램 제한·동결 조항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 핵합의 26, 36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란은 유럽 서명국(영·프·독)에 미국이 제재한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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