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최초로 칸나비스(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약품 2종의 사용을 승인했다.
11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NHS의 의약품 자문기구인 NICE는 의료용 칸나비스 제품 2종의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새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NICE는 우선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레녹스-가스통 증후군, 드라베 증후군 등 두 종류의 어린이 뇌전증에 대한 치료제인 에피돌렉스(Epidyolex) 처방을 허용하기로 했다.
구강용액인 이 제품은 칸나비디올(CBD)을 함유하고 있어 특정 어린이 환자의 발작을 4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임상시험 결과 확인됐다.
이 제품에는 그러나 칸나비스의 정신활성물질인 THC는 들어있지 않다.
에피돌렉스는 지난 9월부터 유럽에서 사용이 승인됐지만 NICE는 그동안 비싼 약값 등을 고려해 NHS에서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영국 GW 제약이 제조하는 이 제품을 처방할 경우 연간 5천∼1만 파운드(약 750만∼1천500만원)의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GW 제약은 NHS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약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잉글랜드에는 현재 3천명의 드라베 증후군 환자, 5천명의 레녹스-가스통 증후군 환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NICE는 또 CBD와 THC를 모두 함유한 구강 스프레이 약품인 사티벡스(Sativex) 처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한 근육 경직과 경련 치료를 위한 것이다.
다만 의사가 고통 완화를 목적으로 이 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 약품을 처방하면 연간 2천 파운드(약 3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앞서 2014년부터 웨일스의 NHS는 사티벡스 처방을 승인했지만 잉글랜드에서는 비용 문제를 들어 이를 불허했다.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은 이번 NICE의 가이드라인을 환영하면서도 THC와 CBD를 함유한 유럽과 캐나다의 약품에 대해서도 처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뇌전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치료제 압수 논란을 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의료용 칸나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선 의사들이 충분한 임상실험 미비 등을 이유로 의료용 칸나비스 처방을 꺼리면서 실제 처방받은 환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뇌전증 장애를 겪어 온 북아일랜드 출신의 빌리 콜드웰(14)은 지난해 어머니인 샬럿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에 가서 6개월 치 칸나비스 약품을 처방받고 귀국하다가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이를 압수당했다.
빌리는 발작 증세가 심해지면서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부모가 빌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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