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현지 언론 보도…"리비아, 합의 이후 최소 한차례 개입"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몰타 정부가 리비아를 떠나 자국 영해로 향하는 이주민 보트를 리비아 정부가 직접 개입해 데려가기로 '비밀 합의'를 했다고 현지 영자지 '타임스 오브 몰타'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몰타 정부는 최근 리비아 정부와 이주민 보트 행렬 방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이주민 보트가 몰타의 수색구조지대(Search and Rescue Zone)에 진입하면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현장에 출동해 보트를 다시 리비아로 데려가는 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구조지대는 공해상에서 조난 사고가 일어날 경우 인근국가의 수색·구조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설정된 수역이다.
사실상 몰타 정부가 리비아 경비 당국의 힘을 빌려 이주민 보트의 자국 해역 진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합의 이후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최소 한 차례 이상 몰타 수색구조지대에 표류하던 이주민 보트를 붙잡아 리비아로 다시 데려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리비아 해역 내에 있는 이주민 보트를 리비아 정부가 데려가도록 조치해 비난을 받았는데 이번 몰타의 합의 내용은 여기에서도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국제인도주의단체는 이주민들이 리비아로 송환되면 무단 감금과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에 직면하게 된다며 국제사회에 대책을 촉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몰타 정부는 "몰타의 수색구조지대는 우리 주권과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곳이면서 외국군이 불법적인 활동을 조사할 모든 권한을 가진 수역"이라며 사실상 보도 내용을 시인했다.
아울러 리비아 당국과의 양자 협의는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것이며 몰타는 항상 국제법 및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중해 섬나라 몰타와 이탈리아는 리비아, 튀니지 등을 떠나는 아프리카·중동 이주민 보트의 주요 기착지다.
몰타에만 최근 몇 달 간 수백명의 아프리카 이주민이 입항했는데 대부분 국제구호단체의 구조선을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상당수는 빈약한 고무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가 수몰되는 처지에 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2016년 이래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다 목숨을 잃은 이주민 또는 난민 수가 최소 1만9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의 경우 총 1천여명이 지중해에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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