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국 감비아가 제소…"인종청소 중단돼야. 잔악상 방관 말라"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미얀마가 자국 내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집단 학살한 제노사이드 혐의로 11일(현지시간)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됐다.
제노사이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처럼 인종이나 이념, 종교 등의 이유를 들어 한 집단 구성원을 절멸시키려고 학살하는 반인륜 범죄를 말한다.
서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는 무슬림계 로힝야족이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인종청소의 대상이 됐다면서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ICJ에 고발했다.
12일 AP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소송 관련 변호사들은 46쪽 분량의 소장에서 ICJ가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 "미얀마의 학살을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소송을 제기한 감비아의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인 아부바카르 탐바도는 AP에 "미얀마와 국제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면서 "세계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잔악상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한 채 방관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탐바도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조사하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검사 특별보좌관으로 일한 바 있다.
ICJ가 이번 소송을 다루면 다른 재판소의 사실관계 인정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노사이드 청구를 조사하는 첫 번째 사건이 된다. ICJ가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에 대해 재판을 할 때는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를 참고했다.
감비아는 인구의 95%가 무슬림으로 다른 무슬림 국가들도 이번 소송을 지지하고 있다. 소송과 관련한 첫 번째 심리는 오는 1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일례로 유엔 진상조사단 보고에 따르면 다르기자르 마을에선 미얀마 군인들이 200명 정도의 남녀와 아이들을 체포해 논바닥에 데려가 무릎을 꿇렸다. 이어 부녀자들을 따로 가옥에 분리한 뒤 남자와 소년들은 집단 총살 후 시신들을 무더기로 쌓아 건초로 불태웠다.
지난 9월 유엔 '미얀마 독립 국제 진상조사단'은 보고서에서 "미얀마에 남아 있는 60만명의 로힝야족이 여전히 집단학살 위협 속에 살고 있다"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진상조사단 단장은 인종청소 재발 위험이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파람-프릿 싱은 이번 소송에 대해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촉구했다.
이와 별도로 역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도 미얀마의 대학살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미얀마 유엔 주재 대사는 유엔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편파적이고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있다고 반박하면서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모든 인권위반자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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