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정'의 장남 정몽규, '모빌리티 사업' 꿈 이룬다

입력 2019-11-12 14:02   수정 2019-11-12 17:00

'포니정'의 장남 정몽규, '모빌리티 사업' 꿈 이룬다
"그룹 신사업에 최적, 반드시 인수하라"…경쟁사보다 1조원 높게 '통큰 베팅'
"항공업, 건설업보다 리스크 적다"…자동차서 못다 이룬 꿈 항공으로 풀어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그룹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회사다.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

2조5천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한 정몽규 회장은 이달 초 본입찰을 앞두고 실무진들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정몽규 회장은 강력한 경쟁사였던 애경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금액을 1조원 가량 높게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같은 회사를 경쟁사보다 1조원이나 비싸게 인수한다는 의미다.
정몽규 "아시아나항공 이름 현재로선 바꿀 생각 없다" / 연합뉴스 (Yonhapnews)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형 매물을 인수한 기업이 휘청거리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지주사 전환 이후 1조5천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던 정 회장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경쟁사보다 비싼 값에 '통 큰 베팅'을 한 것은 그만큼 인수에 대한 간절함이 컸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는 과거 선친과 함께 몸담았던 '모빌리티(Mobility)' 사업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 회장의 선친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현대자동차[005380]와 '포니' 신화를 일으킨 '포니정',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정세영 명예회장이 반석에 올려놓은 현대자동차에서 경영수업을 받다가 1999년 3월 정주영 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하자 선친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고 정세영 회장은 자신이 일군 현대자동차를 떠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장남인 정몽규 회장은 2005년 선친이 타계한 이듬해 선친의 별칭을 딴 '포니정 재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그래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당시 부자(父子)가 못다한 자동차에 대한 꿈을 항공을 통해 이루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정몽규 회장은 2005년 4월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뒤 현산을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내실있는 우량 회사중 하나로 키워냈다.
타사가 해외건설 플랜트 사업이나 대형 토목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현산은 오직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정몽규 회장에 대해 "건설 확장에는 뜻이 없다, 건설사를 제조업(자동차) 마인드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 회장은 건설업을 확장하기보다 호텔, 면세점 등 유통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미래사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지난해 5월 지주사 출범 이후 미래 신사업 발굴, 사업 다각화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겸직하면서 평소 경기나 정부 정책 변화 등에 따른 사업 리스크가 큰 건설업 외에 안정적인 신규 사업을 찾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실무 차원에서 진두지휘한 현대산업개발 정경구 CFO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배경에 대해 "본업인 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도 정 회장의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라 항공업은 HDC현대산업개발그룹이 현재 운영하는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계는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2015년 호텔신라[008770]와 손잡고 면세점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 '의외의 조합'이라며 깜짝 놀랐다.
그리고 올해 9월 미래에셋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앞서 면세점 사업 진출 때처럼 아시아나 인수전에서도 사전에 인수 후보자로 전혀 거론된 바 없었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의 철저한 '히든 전략'은 그래서 더 빛을 발했다. SK그룹 등 재계 수위 기업들의 참여는 배제하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애경을 막강한 자금력으로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애경에 비해서도 금호측에 줘야 할 구주가격을 더 낮게 쓴 것으로 알려진 현대산업개발이 별 잡음없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상대보다 1조원 가량 높게 써낸 정 회장의 두둑한 배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지난해 '부동산114' 인수로부터 시작된 미래에셋증권과의 협업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절대적인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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