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6개월째 지속하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무방비 상태의 시민에게 실탄을 발사해 중태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은 것은 지난달 1일과 4일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이번에는 급박한 비상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 앞서는 시위대가 경찰에 쇠막대기를 휘두르거나, 경찰관 한 명이 여러 명의 시위대에게 둘러싸여 공격받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지난달 말 열린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홍콩 문제에 대한 강경 메시지가 공식화한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자칫 '제2의 톈안먼 사태'가 홍콩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 상황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돼 더 큰 충격을 줬다. 영상을 보면 홍콩 사이완호 지역의 한 도로에서 경찰관이 시위자 한명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별다른 사전 경고 없이 그의 가슴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피해자는 총탄을 제거하는 긴급 수술 후 다소 안정을 되찾았으나 아직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루탄을 피하려다 추락사한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린 이날 홍콩에서는 절제 없는 경찰의 과잉 진압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이 나타났다. 한 경찰 간부가 부하들에게 "어떤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고 발언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점은 홍콩 정부의 태도이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 사건 후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면서 앞으로도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홍콩 정부 상층부의 분위기가 일선 경찰관들의 행동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킨 뒤 대규모 무력 개입을 통해 침묵을 강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마저 드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언론에서 '홍콩 군 투입' 얘기가 다시 나오는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일각에서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정(韓正) 부총리 등을 만난 뒤 시위 진압방식이 더 강경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최근 람 장관에게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홍콩 반환 후 이루어진 '일국양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인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선택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중국은 완력을 이용한 홍콩 사태의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와 인권 등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통해 그 위상을 입증할 수 있다. 중국 지도부와 홍콩 정부가 강경 기조를 철회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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