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국제질서 수호 주체가 국가주의·일방주의 치달아"
왕치산 中 부주석 "일방주의·감정과잉, 국제문제 해법 도움안돼"
미국, 정부 대표 참석 안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에서 주최한 제2회 파리평화포럼에 미국의 정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유럽과 중국 등의 주요 참석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방주의와 국가주의로 세계질서를 위협한다면서 일제히 성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파리평화포럼 개막연설에서 세계의 정치 시스템이 전례가 없는 위기에 처했다면서 인류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연대와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먼저 2차대전 종전 후 구축된 국제 정치·경제시스템이 평화를 가져오고 가난을 구제했지만, 새로운 불평등이 사람들 간에, 그리고 국가 간에 나타나 폐쇄적 국가주의와 일방주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시스템이 전례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힌 그는 특히 미국을 겨냥, "국제 체제의 마지막 수호자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전쟁, 이민·난민 문제,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의 도전과제에 응전하려면 세계는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지만, 현존 국제질서를 앞장서 수호해야 할 미국이 일방주의와 고립주의로 치달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최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로 2차대전 종전 후 창설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뇌사' 상태를 겪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해 논란이 인 것에 대해 "위선이나 지나친 신중함 같은 것은 필요 없다"면서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나토 등 국제기구들의 기능이 지나치게 경색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진실이 필요하다. 침묵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국제기구의 역할 확대와 국제협력 증진을 위해 민감한 내용이라도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당선자도 마크롱의 다자주의 강화, 새로운 국제협력 체계 구축 의견에 동조하며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제도와 더욱 효율적인 국제협력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을 겨냥해 "일부 강대국들이 지나치게 일방주의적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는 EU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나는 더 외향적인 EU를 원한다. 우리의 집단적 가치를 공동으로 지켜내고, 세계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그런 유럽을 원한다"면서 "나의 비전은 분열된 세력을 화해시키는 유럽"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대표로 참석한 왕치산 국가부주석도 글로벌 협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세계는 모든 국가가 연결된 거대한 바다와 같다. 우리는 모두 같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집단적 대응이야말로 유일하게 실현 가능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방주의, 보호주의, 포퓰리즘의 확산, 그리고 현재의 합리적 사고와 행동을 감정의 과잉으로 대체하는 경향은 문제 해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다자주의와 문명 간 대화를 촉진함으로써 평화를 증진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 대표로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역시 이란 핵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이라크의 정정 불안 등 중동의 여러 난맥상을 언급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근시안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기인한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이 12~13일 주최하는 파리평화포럼은 작년에 이어 올해로 2회째로, 마크롱 대통령 집권 뒤 다보스포럼을 능가하는 국제포럼을 만들겠다면서 프랑스 정부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프로젝트다.
올해는 세계 30여개국에서 정상 또는 정부 수반이 참석했으며, 미국은 정부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정부 측에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시민사회에서는 환경재단의 '피스&그린보트', '국제평화축구 코리아' 등이 참석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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