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대란에 '평일 도심 점거'…홍콩 곳곳 '전쟁터' 방불(종합2보)

입력 2019-11-14 00:13   수정 2019-11-14 14:38

교통대란에 '평일 도심 점거'…홍콩 곳곳 '전쟁터' 방불(종합2보)
시민들 출근에 큰 어려움 겪어…버스·택시 정류장마다 '북새통'
초·중등학교 13일 휴교령…일부 대학, 강의 전면 중단 '휴교령'
중국 본토 유학생 대거 탈출…터널 입구에 화염병 던져 '교통 마비'
보안국장 "대학가 폭력 용납못해"…전인대 대표 "독립조사위 구성해야"
체포자 4천명 넘어서…경찰, 임신부에 폭력행사 등 과잉진압 '도마'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3일에도 홍콩 시위대가 대중교통 운행 방해 운동에 나서면서 사흘째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도심 점거 시위를 벌였으며, 밤늦게까지 홍콩 곳곳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대학생들은 교정 내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여 홍콩 내 대학이 '시위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시위대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고 경찰의 총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직업훈련학교에 다니는 21살 남성 차우 씨는 11일 사이완호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졌고,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홍콩 시위대는 11일과 전날에 이어 이날도 '여명(黎明·아침) 행동'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전날 밤 홍콩 내 곳곳의 철로 위에 돌이나 폐품 등을 던져 지하철 운행을 막았다.
시위대는 밤사이 지하철역 내에도 들어와 유리창을 깨는 등 열차를 파손하거나 불을 질렀다. 의자, 폐품 등을 열차 안에 던져놓기도 해 상당수 열차의 운행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동부 구간 노선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등 홍콩 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평소 자정 무렵까지 운행되는 홍콩 지하철은 이날 오후 10시에 중단됐다.

이날 아침 시위대는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쳤다. 이로 인해 쿤퉁과 튜컹렁 간 노선 등 여러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동부 구간 노선 운행 중단으로 타이포, 판링, 성수이 등 지역에 사는 주민은 출근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주요 지하철역과 주거 지역을 연결하는 경전철도 여러 노선이 중단되거나 운행이 지연됐다.
몽콕, 툰먼, 정관오, 위안랑 역 등 여러 지하철역도 폐쇄됐다.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로 인해 타이포와 사틴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폐쇄됐으며,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연결하는 5개 노선을 비롯해 70개 버스 노선이 중단됐다.
타이페이, 사틴 등 곳곳의 지하철역 밖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이 미니버스나 택시 등을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아침 여러 지하철역이 폐쇄되면서 아직 폐쇄되지 않은 인근 지하철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지하철역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유치원 교사 카르멘 체(22) 씨는 "미니버스를 기다린 지 1시간 30분이나 됐다"며 "오늘 직장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2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웡 씨는 "40분 동안 기다리고 있지만, 단 1대의 택시만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다"며 "택시를 타기 위해 200홍콩달러를 더 낼 용의가 있지만, 도저히 택시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콩 대부분의 대학은 수업을 중단했으며, 영국계 국제학교를 비롯해 많은 초·중·고등학교도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홍콩 교원노조는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당국이 임시 휴교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폭도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 수 없다"라며 거부했으나, 결국 이날 교육당국은 13일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임시 휴교령을 발표했다.
홍콩 의료당국은 이날 대중교통 운행 차질로 인해 의사, 간호사 등의 출근이 지연되면서 예정된 수술 등을 비롯해 주요 병원의 의료 서비스 제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후 들어서는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에서 시위대 수백 명이 모여 사흘째 도심 시위를 벌였다.
'런치 위드 유'(함께 점심 먹어요) 시위로 불리는 이 시위에서 시민들은 "자유를 위해 홍콩과 함께 싸우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홍콩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해 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도심 시위는 직장인들이 중심을 이뤘으나, 이날 시위에는 많은 학생이 가세해 격렬한 시위를 전개했다.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센트럴에 있는 중국교통은행 지점에 돌 등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리자 주위에 있는 시민들은 손뼉을 쳤다.
경찰은 곧바로 진압 작전에 나섰으나, 시위대는 센트럴을 비롯해 사이완호, 위안랑 등 홍콩 곳곳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벽돌, 장대 등을 이용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후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몽콕, 카오룽퉁, 타이포, 야우마테이, 사틴 등 홍콩 곳곳에서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시위대는 사틴 법원의 화단을 비롯해 곳곳에 폐품 등을 모아놓고 불을 질렀다.
경찰은 성수이 지역에서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면서 시위대를 사진으로 찍던 70대 노인이 한 시위자가 던진 돌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5대 터널 중 3개 터널 입구에 돌, 쓰레기통 등을 던져 교통을 마비시켰다.
훙함 지역에 있는 터널 입구 요금소에는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렀다.
야우마테이에 있는 퀸엘리자베스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경찰의 폭력을 비난하는 연좌농성을 벌였다.
시위대는 카오룽퉁 지역에 있는 페스티벌워크 쇼핑몰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에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불을 붙였고, 소방차가 곧바로 출동해 진화했다.
이날 홍콩에서는 전체 은행 지점의 20%에 해당하는 250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매주 수요일마다 해피밸리 경마장에서 열리는 경마 경기도 시위로 인해 취소됐다.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수요 경마 경기가 취소된 것은 9월 18일에 이어 두 번째다.



전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 중문대를 비롯해 홍콩대, 침례대 등 홍콩 내 주요 대학 주변에는 폭동 진압 경찰이 배치돼 학생들과 충돌에 대비했다.
중문대 내에서는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 모습, 투석기를 시험하는 모습 등이 목격됐다.
전날 중문대에서는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으며, 학생들은 화염병은 물론 불을 붙인 화살과 대형 새총 등으로 이에 맞섰다.
시위 사태가 격화하자 중문대는 이달 말까지, 침례대학이 12월 3일까지 강의를 모두 취소하는 등 사실상 이번 학기 종강에 들어갔다. 홍콩 내 다른 대학들도 이번주 내 수업을 모두 취소했으며, 일부는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다.
전날 중문대에서 밤을 새웠다는 한 응급 구조요원은 "최소 70명이 다쳐 치료를 받고 있으며, 4명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며 "체육관과 학교 사무실 등이 응급실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안은 '전시'와 같은 상황이 됐다"며 "경찰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물리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문대 총학생회는 수색영장이나 대학 당국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대학 내 진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날 밤 로키 퇀 총장이 학생들과 경찰 간 중재를 시도했으나, 이때 퇀 총장이 있는 곳까지 최루탄이 날아들었다.



전날 중문대에서 학생들과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은 이날 중문대에 있던 80여 명의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을 안전을 이유로 대피시켰다. 이들은 중국 본토로 돌아갈 예정이다.
홍콩과기대도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이 침사추이로 가서 중국 선전(深천<土+川>)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이 대학 교정과 침사추이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이날 중문대 기숙사에 있던 한국 유학생 약 40명이 대학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30명가량은 곧바로 공항으로 향해 귀국길에 올랐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전날에도 50명 가까운 중문대 유학생이 한국으로 향했다"며 "대학들이 휴교령을 선언한 만큼 홍콩에 있는 1천600여 명 유학생 중 상당수가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 내 대만 유학생도 대만 정부의 권유에 따라 귀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날 홍콩 입법회에 출석한 존 리 보안국장은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난하는 의원들에 맞서 "대학은 폭력을 키우는 곳이 아니며, 홍콩에서 법망을 피해 도망갈 곳은 없다"며 학생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의원인 마이클 톈은 시위대가 요구하는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이 시위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중국 한정(韓正) 부총리에게 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폭력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며, 독립 조사위 구성이 늦어질수록 시위대와 경찰 양쪽의 폭력만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한정 부총리는 홍콩·마카오 문제를 총괄하고 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11일 287명의 시위자가 체포된 데 이어 전날에도 142명이 체포됐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4천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39.3%가 학생이며, 전체 체포자의 20% 이상인 850명이 대학생이다.
중문대 내 충돌 등으로 인해 전날 발사된 최루탄은 무려 1천576발, 고무탄은 1천312발에 달한다.
한 경찰은 "홍콩이 완전한 붕괴 직전에 있다"며 질서 회복을 촉구했다.
그러나 전날 침례대학에서 학생들과 대치하던 경찰 지휘관이 "시위대 머리를 겨냥해 최루탄을 쏴라"는 명령을 내리고, 훙함 지역에서는 경찰이 임신부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바닥에 쓰러뜨리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