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레이스 혼전…흑인 더발 패트릭 가세(종합)

입력 2019-11-15 00:58  

미 민주당 대선 레이스 혼전…흑인 더발 패트릭 가세(종합)
블룸버그 등 후보 20명 육박…힐러리 "엄청난 출마 압박받고 있어"
'다크호스' 부티지지 '첫 코커스' 아이오와 여론조사 '깜짝 1위'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임주영 특파원 =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최후의 후보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 새로운 주자들이 계속해서 합류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1년도 안 남은 상태에서 막판 대 혼전이 예상된다.
지난 8일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후보 등록을 마친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 역사상 흑인으로는 두 번째로 선거로 선출된 주지사(지명된 경우를 포함하면 세 번째)인 더발 패트릭(63)이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더발 패트릭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패트릭 전 주지사는 이날 SNS 등을 통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자신이 빈곤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강조하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과 로스쿨에 진학해 '아메리칸 드림'을 누릴 기회를 가졌지만 지난 수년간 꿈에 이르는 길은 닫혔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너무 많은 미국인이 소외감을 느끼고 정치를 포기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더 지속가능한, 더 포괄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트릭 전 주지사는 조기 경선 지역인 뉴햄프셔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 관리위원회에 대선 경선 출마를 위한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NYT는 "지난해 대선 포기를 밝혔던 패트릭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대단히 변수가 많은 민주당 대선 레이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게 됐다"고 밝혔다.
미 대선은 내년 2월 아이오와주(州)를 시작으로 뉴햄프셔와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에서 치러지는 조기 경선으로 장정에 돌입한다.
NYT는 "아이오와 경선이 석달도 안남은 시점은 기존 후보자들이 경선을 포기하거나 출마를 하지 않는 때"라면서 "이런 시점에 경선에 합류한 패트릭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패트릭의 경선 합류는 블룸버그의 최근 합류에 이어 민주당 경선의 분열된 양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스펙이 화려한 경선 후보들이 즐비하지만 뚜렷하게 경쟁력을 과시하는 주자는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거나 선두에 근접했던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마저 피트 부티지지(37)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 예상치 못했던 '온건한 대안'(moderate alternatives)의 부상에 잡혀 민주당 경선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적인 엘리자베스 워런(70)과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은 자금 모금력에서는 힘을 보여주지만 지지층을 넓히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부티지지 시장의 경우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깜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몬머스대학이 내년 2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참가대상 민주당원 451명을 상대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오차 범위 ±4.6%포인트)에서 부티지지는 22%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바이든(19%), 워런(18%), 샌더스(13%) 순으로 나타났다.
패트릭 머레이 몬머스대 여론조사연구소장은 이번 결과와 관련, 부티지지는 교육이나 이념에 상관없이 유권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AFP는 전국 단위 조사에서는 바이든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워런과 샌더스에 이어 부티지지가 4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아이오와 여론조사는 부티지지의 상승세를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부티지지는 당내 최연소 경선주자이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 주목받고 있고 토론 실력도 뛰어나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하버드대 졸업 후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했으며 해군 예비역 정보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복무한 경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는 20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지난 12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묘한' 발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혼란을 가중했다.
클런틴 전 장관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불출마 입장이 확고하냐'는 질문에 "절대 않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하겠다(Never, never, never say never)"면서 "매우 많은 이에게서 엄청난 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전 주지사는 뒤늦게 경선에 합류하면서 자금도, 조직력도 일천한 자신이 맞닥뜨릴 위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그럼에도 패트릭은 민주당 내 일부로부터 아직 경선이 불안정하니 그가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격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패트릭은 하버드대를 나온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여러 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를 풍긴다. 그는 2006년과 2010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당선돼 인지도가 높다. 현재 유력 주자 중 흑인 유권자 지지를 제대로 확보한 이가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패트릭은 '절친'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때 특정 이념보다는 분열된 사회 통합과 치유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비슷한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NYT는 "블룸버그와 패트릭이 뒤늦게 대선 경선에 뛰어든 이유는, 바이든이 기대한 것보다 인상적인 적수가 아니고 워런과 샌더스에 비해 '정치적으로 중도성향'이면서 좀 더 역동적인 후보가 뛸 수 있는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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