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친서방 성향 총리 불신임…친러-친서방 진영 갈등 지속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소국 몰도바가 의회의 내각 해산으로 또 다시 정국 불안정에 빠졌다.
총리 지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를 지명하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하면서 새 내각 구성 절차에 착수했지만 친러-친서방 정치 진영 간 대립으로 내각 구성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지 미지수다.
타스·AP 통신 등에 따르면 친러 성향의 이고리 도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경제고문을 지낸 전 재무장관 이온 키쿠를 새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전날 의회가 친서방 성향의 마이야 산두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을 가결한 뒤 취한 조치다.
키쿠 총리 지명자는 15일 이내에 내각을 구성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3개월 이내에 새 내각이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
이에 앞서 몰도바 의회는 지난 12일 산두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해 찬성 101표, 반대 63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도돈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러 사회주의자당과 친서방 정당연합인 아쿰(ACUM)의 극적 합의로 구성됐던 산두 내각이 물러나게 됐다.
산두 총리는 정부의 반(反)부패 정책을 주도할 검찰총장 후보 지명권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다 도돈 대통령 측과 충돌해 도돈의 사회주의자당이 제안한 내각 불신임 투표로 실권했다.
이로써 지난 2월 총선 이후 연정구성 문제로 홍역을 치른 몰도바 정국이 또다시 혼란 상황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선 친러 성향의 사회주의자당이 35석, 친서방 성향의 정당연합 ACUM이 26석, 현지 재벌 블라디미르 플라호트뉵이 이끄는 역시 친서방 성향의 민주당이 30석을 차지해 어느 정당도 절대 다수당이 되는 데 실패하면서 연정 구성이 난항을 겪었다.
약 3개월간의 협상 끝에 지난 6월 사회주의자당과 ACUM이 플라호트뉵의 정치적 영향력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ACUM에 속한 '행동과 연대당' 여성 지도자 산두를 총리로 지명하기로 합의했었다.
산두 총리 내각이 물러나면서 몰도바에선 다양한 정치 성향과 이해관계를 가진 정당 간의 물밑 협상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3500만명의 유럽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몰도바는 총리가 주로 내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 통수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는 국가 전략 노선을 두고 친러시아 세력과 친서방 세력이 지속해서 대립해 왔다.
국민의 상당수가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길 바라는 반면, 몰도바와 언어, 역사를 공유하는 루마니아처럼 친서방 노선을 택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